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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법안’ 부랴부랴 고치는 與…대통령실 압박 작용했나

동아일보 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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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법안’ 부랴부랴 고치는 與…대통령실 압박 작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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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 거셌던 내란전담재판부법

재판부 구성 법원에 맡기기로 수정

허위정보법도 ‘오버’ 지적에 수정 약속

정청래-추미애 강경론, 대통령실 우려

일부 타협해서라도 입법 성과 내려 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위헌 등 논란이 커지자 잇달아 내용을 수정하며 손질했다. 위헌 소지, 언론의 자유 침해 등 비판이 당 안팎에서 커지는 가운데 내년 6·3 지방선거 전 여론 악화까지 우려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청래호’의 속도전을 경계하는 대통령실의 압박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애초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상할 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9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결국 판사 추천에 관여한다는 것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일었다.

이후 민주당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판사회의를 통해 판사 추천위원을 구성하고, 추천된 인물 중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이 조차 위헌 논란이 일었다.

결국 별도 추천위 신설 대신 기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또 한 발 물러섰다.

최종적으로 2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당론에 따르면 먼저 판사회의에서 재판부 수와 판사 기준·요건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사무를 분담한다. 이후 판사회의 의결을 거쳐 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법원장 관여 여지도 제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발표한 내란전담재판부 예규와 별반 차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질의 손질을 거듭한 끝에 대법원 예규와 유사한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날 법안 상정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24시간 후인 23일 국회법에 따라 5분의3(179석)의 동의를 얻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같은 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위헌 논란이 일었던 조항을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이 역시 당 안팎의 논란과 우려에 조항을 거듭 손질했다.


특정인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부당이득을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단순 착각’이나 ‘실수’로 인한 유통까지 모두 법적 금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이란 비판이 친여 성향 단체들에서도 쏟아졌다.

해당 조항은 담당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통과시킬 당시엔 없었는데, 체계자구 심사를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끼워 넣어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법사위가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 지도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법사위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조항을 삭제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전환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9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개혁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청래 민주당’과 ‘추미애 법사위’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강경 일변도로 갈 경우 6·3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불만도 쌓이는 분위기다.

이 같은 당 안팎의 우려와 용산의 압박에 당 지도부는 독주를 이어가는 대신 한발 물러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수정에 나서며 일정 부분 타협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대다수 언론에서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자칫 지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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