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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만 가면 치솟는 ‘백의 고혈압’, 그냥 넘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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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만 가면 치솟는 ‘백의 고혈압’, 그냥 넘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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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주는 긴장감에 혈압 일시 상승
심하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높여
정확한 처방 근거는 잠 깬 직후 잰 혈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며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낼 때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말합니다. 심장이 수축하면 혈압이 오르고, 수축했던 심장이 다시 혈액을 심장 안으로 모으면(이완하면) 떨어지기 때문에 혈압은 오르락내리락하게 됩니다.

보통 혈압을 130/80mmHg와 같이 두 개의 숫자로 표기하는데, 앞의 숫자는 심장이 수축하며 혈액을 짜낼 때의 가장 높은 압력인 ‘수축기 혈압’을, 뒤의 숫자는 심장이 다시 피를 채우기 위해 확장할 때의 가장 낮은 압력인 ‘이완기 혈압’을 의미합니다.

심장이 확장할 때 혈압이 유지되는 이유는 혈관(동맥)이 고무처럼 탄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수축할 때 발생한 압력을 흡수하고 심장이 이완할 때 그 압력을 다시 배출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동맥이 점차 딱딱해지는데, 이런 변화로 인해 이완기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단위로 쓰이는 mmHg는 ‘밀리미터 머큐리(수은)’라고 읽습니다. 이는 수은(Hg) 기둥의 높이를 mm 단위로 나타낸 것으로, 앞의 m은 '1,000분의 1'을 의미하고 뒤의 m는 길이 단위인 '미터'를 의미합니다. 120mmHg란 120mm(12cm) 높이의 수은 기둥을 만들 수 있는 압력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정상이지만, 병원에 가거나 의사 앞에만 서면 혈압이 유독 높게 측정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를 의사가 입는 하얀 가운에서 이름을 따와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진료실 환경이 주는 긴장감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것입니다.

핀란드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7.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은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수치상으론 각각 18%, 23% 높게 나타났습니다. 관련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선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은 환자들의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36%,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는 33%,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 역시 2배 높았습니다.


반면, 병원에서만 혈압이 '약간' 높은 경우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입원하거나 외래에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약간 오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고, 임상적으로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 너무 오른다면 평소에도 혈압이 높은 것이 아닌지 검사로 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의 고혈압이 의심된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가정 혈압’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가장 편안한 상태인 집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는 의사가 약물 처방 여부나 용량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됩니다. 가정 혈압을 측정할 때는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와 잠들기 전, 최소 1~2분의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이나 카페인 섭취를 피해야 정확한 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혈압이 높게 나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집에서 측정한 혈압을 보여주면 의사가 약물치료 여부나 약물 용량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