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WKB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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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은퇴 고민한 순간이 있었는데…."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새 역사가 쓰여진 날, 김정은(38·부천 하나은행)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2005년 12월 21일 프로 데뷔한 김정은은 묵묵히 코트를 지켰다. 정확히 20년이 흐른 2025년 12월 21일, 그는 WBKL 601번째 경기에 나서며 역대 최다 경기 출전 대기록을 썼다. 김정은은 이날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코트를 밟았다. 이 부문 공동 1위이던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600경기)를 밀어내고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축하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 여기저기 많이 아팠고, 지금도 테이핑을 하고 뛴다. 우스갯소리로 '너는 연봉에 테이핑 가격까지 포함돼 있니?' 말할 정도다. 감독으로서 정말 안쓰럽다. 그래도 없으면 안 될 선수"라고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몸 관리를 잘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정은은 이날도 손목, 무릎 등에 테이핑을 '둘둘' 두른 채 코트에 나섰다.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 득점, 리바운드를 연달아 선보이며 팀의 61대5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김정은은 "내가 이날까지 뛸 줄은 몰랐다. '김정은 아픈 것'은 다 안다. 수술도 했다. 끝났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 것에 대해 '수고했다'고 진짜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600경기 출전 뒤 생각난 사람은 임영희 코치님이었다. 신세계에서 뛸 때도, 우리은행에서 함께할 때도 나에게 가장 큰 영광을 준 사람이었다"며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을 때 힘들었다. 부상 때문에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언니가 잡아줘서 많이 의지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발목이 심하게 돌아갔을 때였다. 진짜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도 한 자존심 하는 선수라 더 이상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때 언니가 '이렇게 수술하고 은퇴하는 건 아깝다'고 했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더 한 것도 있다. 감사한 언니다. 언니의 기록을 깬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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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김정은이 프로 데뷔했던 순간부터 신세계에서 5년여를 함께 뛰었다. 그가 2017~2018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하며 두 시즌을 함께 활약했다. 이후 임 코치는 현역 은퇴 뒤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알뜰살뜰 챙기며 정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은 2018~2019시즌 임 코치가 600경기 출전을 달성했을 때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번엔 임 코치고 김정은의 601경기 축하 세리머니에 참석했다.
임 코치는 "기록을 쓴 날 자신의 얘기를 더 해야지…"라며 "사실 (김)정은이가 더 빨리 최다 출전 기록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경기가 있어서 그 시기가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20년을 뛰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세월이, 시간이 흘렀는데 정말 대단하다"며 "정은이가 (은퇴까지) 앞으로 19경기 남았다고 한다. 부디 부상 없이 남은 경기 다 출전해서 부디 더 큰 기록을 작성했으면 좋겠다. 제발 부상 없이 시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부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