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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원 환율, 펀더멘털보다 수급 문제… 연말 환율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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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원 환율, 펀더멘털보다 수급 문제… 연말 환율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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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
■ 대담 :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 (KB국민은행)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조태현: 네, YTN 라디오 생생경제 2부 시작하겠습니다. 원·달러 환율, 초고환율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높은 환율이 굉장히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1470원을 넘어서 한때 1480원대까지 찍기도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다급해지다 보니 정부가 환율 방어에 사실상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규제까지 풀면서 달러를 더 풀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데요. 이런 조치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님 나와 계십니까?


■문정희: 네, 안녕하십니까.

◇조태현: 장중 환율이 1480원대까지 오르면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요. 오늘도 금요일보다 소폭 오른, 1480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이게 적절한 환율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과한 건 아닌지요?

■문정희: 네, 저는 다소 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유를 보면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를 보면 연초 대비 약 9% 정도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달러는 약세라는 뜻이죠. 그런데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연초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즉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연초에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관세 이슈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새 정부가 들어섰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하반기에는 성장률도 개선됐는데, 환율이 더 올랐다는 건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일본, 한국, 대만 정도인데요. 특히 일본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엔화와 원화가 거의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쏠림 현상이 환율을 과도하게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태현: 엔화 이야기는 잠시 뒤에 다시 나눠보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수급 영향으로 실질실효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데요. 실질실효환율이 정확히 뭡니까?

■문정희: 실질실효환율은 물가를 반영한 무역 가중치 환율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1470원, 1480원은 명목환율이고요. 실질실효환율은 BIS가 발표하는 지수로, 2020년을 100으로 놓고 현재 원화가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판단합니다.
최근 실질실효환율은 약 87 수준으로, 2020년 대비 약 13% 정도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태현: 환율이 이렇게 높으면 가장 먼저 물가가 걱정입니다. 내년 물가도 부담이 될 텐데요.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줍니까?

■문정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한국은행도 환율이 평균 10% 오르면 물가가 약 0.3%포인트 상승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달러 기준으로 보면 자산 가치도 낮아집니다. 유동성이 자산 쪽으로 쏠리면서 실물경제에는 오히려 자금이 부족해지는 '경제의 궁핍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흔히 나오는 이야기죠.

◇조태현: 이런 상황에서도 코스피는 오늘 2%대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연말을 앞두고 환율에 특히 민감한 모습인데요. 연말 환율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뭡니까?

■문정희: 연말 환율은 회계 기준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GDP 환산, 기업의 재무제표, 부채비율, 자산가치 등이 모두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연말 환율이 높으면 기업 신용도와 국가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태현: 그래서 정부가 달러 유출 차단뿐 아니라, 달러를 더 들여오려는 정책도 내놓고 있는데요. 기존 정책의 한계를 느낀 걸로 봐야 할까요?

■문정희: 그렇습니다. 기업은 달러를 팔지 않으려 하고, 가계의 해외 투자는 제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연기금입니다. 국민연금의 외환 수요를 일부 흡수하려는 이유죠. 또 역외 외환 수급 주체, 즉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수요도 큽니다. 외국계 은행이나 해외 보험사들이 국내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조태현: 하지만 정부가 수급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정희: 맞습니다. 대부분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환율이 고착화되면 해외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합니다.

◇조태현: 엔화 이야기를 해보죠. 엔·달러 환율이 160엔 수준인데, 우리 원화도 엔화와 많이 연동돼 있죠?

■문정희: 네. 9월 이후 달러·엔과 달러·원의 상관계수는 0.95 이상입니다. 일본, 한국, 대만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고 시장이 개방돼 있어 자금 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조태현: 일본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는데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뭡니까?

■문정희: 이번 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추가 인상 시점인데, 시장은 당분간 추가 인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려면 일본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엔화 강세는 내년 미국 금리 인하 국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조태현: 내년에도 고환율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문정희: 네. 시장에서는 평균 1400~1420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털만 보면 원화는 강세가 맞지만, 해외 투자 수요와 금리 역전 등 수급 요인을 고려하면 원화 강세 전환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내년에도 1400원대 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태현: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정희: 네,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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