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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만의 명예회복…‘조선정판사 사건’ 이관술 선생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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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만의 명예회복…‘조선정판사 사건’ 이관술 선생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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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5월 조선정판사 지폐위조 사건 재판이 열리는 법정 밖 담장에 올라선 시민들. 서울중앙도서관

1946년 5월 조선정판사 지폐위조 사건 재판이 열리는 법정 밖 담장에 올라선 시민들. 서울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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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미군정 통치 시기에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모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한국전쟁 중 처형된 독립운동가 고 이관술 선생이 재심에서 7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22일 이 선생의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사건 선고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1945년 말∼1946년 초 조선공산당 자금 마련을 위해 서울 소공동에 있는 조선정판사에서 인쇄 시설을 이용해 지폐를 위조했다는 혐의로 조선공산당 간부였던 이 선생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조선정판사는 일제가 조선은행권을 인쇄하던 곳으로, 광복 후 조선공산당이 접수하면서 공산당 본부로 활용됐다. 이 사건은 해방 직후 38선 이남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던 공산당이 불법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 선생은 194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한국전쟁 중인 1950년 7월 대전 골령골에서 처형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접수된 이 사건은 지난 5월 조사중지 결정이 나왔지만, 이 선생의 외손녀 손옥희씨(65)가 2023년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달 11일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등 위법한 증거 수집 등을 이유로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검찰은 지난 15일 결심공판에서 “판결문과 현존하는 일부 재판기록, 당시 언론 기사와 연구 서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공동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이 부당하게 장기화한 신체 구속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현행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기초로 형성된 인신구속에 대한 조항을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공동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자행한 불법 구금 등 직권남용죄 범행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함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방청객들로 꽉 찬 이날 법정에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었을 텐데 본안 심리를 거쳐 판결 절차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청구인과 변호인 쪽에 경의를 표한다. 중립적 입장에서 협조해 준 검찰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판결이 이 선생과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이날 선고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전 가족이, 마을 전체가 풍비박산되고 어머니 영혼마저도 풍비박산된 상태에서 힘들게 살아왔지만 80년 가까이 된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무죄를 내려준 것에 대해 무척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미군정이 정치적인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 민중을 탄압하기 위한 첫 번째 사건”이라며 “오늘 이 사건을 계기로 그와 관련된 모든 사건이, 미군정이 만든 흔적들을 모두 지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고 이관술 선생 외손녀 손옥희(65)씨가 재심 선고를 마치고 나온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고 이관술 선생 외손녀 손옥희(65)씨가 재심 선고를 마치고 나온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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