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미국산 AI수출 프로그램' 의견 제출
美, '전세계가 미국산 AI 중독되게' 정책 추진
삼성·SK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참여 필요"
참여 확정 시 보조금 등 지원 기대
반면 수출통제·해외투자 규정 준수는 '부담'
美, '전세계가 미국산 AI 중독되게' 정책 추진
삼성·SK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참여 필요"
참여 확정 시 보조금 등 지원 기대
반면 수출통제·해외투자 규정 준수는 '부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처럼 미국산 인공지능(AI) 기술을 전세계로 전파해 AI 패권을 거머쥐려 하는 가운데, 삼성과 SK가 이 같은 구상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1일(현지 시간) 미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미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수출 프로그램'에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이어 상무부에 미국산 AI수출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이에 참여하려는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했는데, 삼성과 SK는 이 컨소시엄에 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삼성은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이 컨소시엄을 주도할 것이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과 삼성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삼성은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면서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 있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 정부 설명에 따르면 AI풀스택이란 AI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 프레임워크 인프라를 아우른 개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AI에 최적화된 컴퓨터 하드웨어(반도체, 서버 및 가속기), 데이터 센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및 네트워킹 등을 말한다.
SK도 지난 13일 낸 의견서에서 “미국 동맹국에 속한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AI기술의 전세계 수출 확대 정책을 통해 전세계가 미국산 AI기술에 '중독'되게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스리람 크리슈난 백악관 AI 선임정책자문관은 최근 다샤 번스 폴리티코 백악관 출입기자가 진행하는 '더 컨버세이션' 팟캐스트에 출연해 "1990년대 전세계가 윈도우와 인텔 기술을 사용했다"며 "만약 사람들이 중국 모델과 중국 기술을 사용하는 세상을 만든다면 그건 매우 무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백악관 내 AI 부서)가 보는 것은 동맹국과 세계가 미국의 AI를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전세계가 사용하며 미국이 IT업계를 평정했듯이 이제는 미국산 AI반도체, 미국 AI 생태계를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무부는 AI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상무부가 외국기업 참여를 허용하면 삼성, SK 등은 미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 정부 차원에서 지난 10월 29일 '기술번영 업무협약'을 맺고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 만큼 삼성과 SK의 참여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AI 공급망에서 두 기업이 차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이 빠지는 게 더 이상한 실정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간 AI협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정부는 참여 컨소시엄에 직접 대출, 대출 보증, 지분 투자, 신용 보증,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어 한국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한 참여가 확정되면 반도체 등의 수출 확대, 미 연방정부의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미중이 첨단기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기술협력을 강화한다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 조치가 나올 수 있다. 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은 미국의 관련 수출 통제 체제, 해외 투자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해 중국에 공장이 있는 이들 기업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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