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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아 낙태 않고 출산…짧은 만남뒤 장기기증 선택한 美부부

동아일보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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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아 낙태 않고 출산…짧은 만남뒤 장기기증 선택한 美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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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제공

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제공


미국에서 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중절하지 않고 출산한 뒤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린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21일(현지 시간) FOX 13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앤드류 포드와 캐서린 모닝웨이 부부는 임신 14주 차였던 지난 6월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인 딸 헤이븐이 무뇌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뇌증은 태아의 뇌와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희귀 선천성 질환으로, 출생 후 생존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두 번째 초음파 검사에서 헤이븐의 무뇌증을 확진받았다. 의료진은 태아의 상태가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며 임신 중절을 권유했지만, 부부는 다른 선택을 했다. 결정의 계기는 미국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 장면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태아의 유전 질환을 알게 된 뒤 중절 수술 대신 출산을 택해 다른 아기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캐서린은 “그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국 헤이븐을 출산하기로 결정했고, 캐서린은 12월 11일 한 병원에서 딸을 낳았다. 헤이븐은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나흘 동안 치료를 받았고, 그 기간 부부는 짧지만 소중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

헤이븐은 결국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앤드류는 헤이븐이 자신의 가슴 위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헤이븐과 함께한 시간을 짧았지만, 그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는 한 장기기증 재단을 통해 헤이븐의 장기를 기증했다. 재단 측은 “이식이 필요한 다른 생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목표로 아이를 만삭까지 품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정말 놀라운 부부”라고 했다.


부부는 “헤이븐의 심장은 헤이븐이 구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뛸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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