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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중반대 환율,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 [Pick코노미]

서울경제 한동훈 기자,박신원 기자,김혜란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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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중반대 환율,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 [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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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한전, 연료비조정단가 kWh당 5원 유지
■2026 경기전망···시험대 오르는 韓 경제
확장재정으로 나랏빚 증가 불가피
국가 신인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내수 부진 속 반도체 업황이 변수
"물가 상승률 2.1% 넘을 것" 76%
서울 집값은 절반 이상 "추가 상승"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440~15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환율 평균값인 달러당 1420원보다 더 상승할(원화 값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1일 국내 경영·경제학과 교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국책연구원 연구위원 등 경제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2026년 경기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내년 평균 환율을 1440~1500원대로 예상했다. 1460~1480원이 7명(28%)으로 가장 많았고 1440~1460원이 4명(16%), 1480~1500원은 3명(12%)이었다. 전체 전문가 4명 중 1명은 내년 환율을 1470원 안팎으로 내다본 셈이다.

내년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이자 위험 요인으로도 환율이 꼽혔다. 응답자 중 15명(복수 응답 허용)이 고환율을 최대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고 대미 관세(10명), 국가채무 증가(7명), 건설 경기 부진 장기화(7명), 반도체 경기 위축(6명)이 뒤를 이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현재의 고환율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나타나는 결과라 떨어지기 쉽지 않다”며 “우리 경제가 1400원 중후반대 환율에 적응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응답자의 68%는 내년 한국 경제가 1.8%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더해 올해 저성장의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 중 56%가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고환율·집값 우려로 전문가의 44%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응답해 ‘추가 인하해야 한다(32%)’는 답변보다 더 많았다.

전문가 10명 중 6명, 환율 올 평균 1420원 보다 더 오를 것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의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원 수준으로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인 1998년(1394.97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노멀’이 된 고환율에 기업과 정부 등 경제주체가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내년도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경제신문의 ‘2026 경기전망’ 설문조사에서 “지속적인 고환율은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도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환율이 1500~1550원까지 갈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보다 국가부채 증가가 더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가 부진할 때는 어느 정도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규모가 지나치면 되레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확장 재정은 물가 상승 압력, 국가 신인도 저하에 따른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 국제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와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 경기의 업황도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면서도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가 부진하면 1.4%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부문이 올해보다 위축되면 우리나라 연성장률이 1.5%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내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마저 하방으로 움직이면 고물가·저성장으로 고통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내년에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인 1.8%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8%가 24%(6명), 1.9%가 20%(5명), 2%가 16%(4명)였다. 2% 이상도 8%(2명)나 됐다. 정부의 재정 드라이브에 당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한은이 예상한 2.1% 이상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6%(19명)나 됐다. 2.2%라고 답한 비율이 40%(10명)로 가장 많았고 2.2% 이상도 28%(7명)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의 고환율이 좀처럼 떨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반영돼 전체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은은 내년에도 환율이 1470원대를 유지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오른 2.3%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서울 집값에 대해서는 56%(14명)가 올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합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2%(8명), 하락은 12%(3명)에 그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집값이 너무 올라서 더 급격한 상승은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주요 도심에 공급 여력이 낮고 집값 상승 기대 심리는 여전해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고환율, 집값 상승 전망에 전문가의 44%(11명)는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인하해야 한다(32%·8명)’는 답변보다 더 많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6%(4명)로 집계됐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센터장,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신관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강구 KDI 선임연구위원,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최광혁 LS증권 센터장,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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