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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북 현대, 관계를 설계하는 구단으로... CRM으로 팬의 가치를 끌어 올린다[유구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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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북 현대, 관계를 설계하는 구단으로... CRM으로 팬의 가치를 끌어 올린다[유구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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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룬 전북현대가 또 다른 영역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승부의 영역을 넘어 구단 운영과 수익 구조 전반을 관통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분야에서 기준을 만드는 구단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북은 이제 성적을 쌓는 구단이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는 구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데이터 활용은 대부분 선수의 체력, 활동량, 경기 퍼포먼스 분석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전북은 시선을 관중과 팬으로 옮겼다. 경기력 외적인 영역, 다시 말해 마케팅과 운영의 데이터 축적에 집중하며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은 지난 19일 2023년부터 축적해온 CRM 팬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시즌 홈경기 관중 현황과 행동 패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수치 공개가 아니었다. 한국 프로축구가 어디까지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 제시에 가까웠다. 전북은 성적 중심 구단을 넘어, 구조 중심 구단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2025시즌 전북현대 홈경기 누적 관중은 총 38만 5416명이다. K리그1 홈 20경기에서 36만 8505명,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1만 863명, 코리아컵 2경기에서 6048명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시즌티켓 누적 관중은 7만 2681명, 일반 유료 티켓 판매는 31만 2735매에 달했다.

주목할 대목은 판매 구조다. 전체 티켓 중 온라인 예매 비중이 93%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팬의 유입과 선택 과정 대부분이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북은 이미 관중 흐름을 데이터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2025시즌 시즌티켓과 일반 티켓 구매 이력이 있는 회원 계정은 총 2만 7766명이다. 전북은 이 계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동 지표를 분석했다. 지역 분포에서는 전라북도 거주자가 72%를 차지했고,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타 지역 비중이 28%에 이르렀다. 지역 기반의 탄탄함과 함께 전국 단위 팬층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재방문 데이터 역시 의미가 뚜렷하다. K리그1 시즌티켓 구매자는 올 시즌 홈 20경기 가운데 평균 13경기를 찾으며 약 65%의 방문률을 기록했다. 일반 온라인 티켓 구매자 가운데 2회 이상 재구매한 회원 수도 매년 증가했다. 2023년 1만 2049명에서 2024년 1만 5935명, 2025년에는 1만 7214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관람이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관객의 성향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미 쌓인 데이터뿐 아니라, 앞으로 축적될 데이터까지 경기장 운영 전반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홍보나 이벤트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관중 경험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전북이 설정한 CRM의 방향은 유럽 스포츠와 미국 스포츠의 장점을 동시에 흡수하는 데 있다. 경기장을 찾은 팬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경험에 반응하는지를 세그먼트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팬의 요구를 구분해 설계하는 방식이다.


CRM은 단기 반응을 끌어내는 도구가 아니다. 반복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전북은 평균적인 관중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맥락을 지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 선택이 다시 경기장으로 이어지도록 연결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전북현대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팬을 단발성 관중으로 소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계의 주체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했고 그 방향을 가장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도전은 이제 성적 이후의 축구를 향하고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