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경제 여론전···사실상 중간선거 유세 시작
대국민 연설 뒤 경합주 순회···"약값, 최대로 인하"
"관세가 물가 올린다더니 상승률은 몇 년 새 최저"
지지율 하락 '비상'···뉴욕연은 총재 "디스인플레"
23일 GDP 성장률, AI 소식 등 '산타랠리' 판가름
트럼프, 경제 여론전···사실상 중간선거 유세 시작
대국민 연설 뒤 경합주 순회···"약값, 최대로 인하"
"관세가 물가 올린다더니 상승률은 몇 년 새 최저"
지지율 하락 '비상'···뉴욕연은 총재 "디스인플레"
23일 GDP 성장률, AI 소식 등 '산타랠리' 판가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사실상의 유세 활동에 돌입했다. 최근 경제 성과에 불만을 품은 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한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고물가로 정권을 내준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자신의 경제 치적을 대비시키는 데 선거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자신이 서민 물가를 대폭 낮췄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내년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른 세금 환급 등 더 나은 경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와 관련해서는 오는 23일 발표되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일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크리스마스인 25일 증시 휴장이 예정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평가가 시장을 계속 흔들 전망이다.
트럼프, 사실상 내년 중간선거 유세 시작…“관세가 인플레 유발한다더니 물가는 최근 몇 년 중 최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의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록키 마운트를 방문해 1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경제 성과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9일에도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마운트 포코노를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약·에너지 비용 인하 등을 자신의 성과로 꼽으며 “우리는 놀라운 지난 11개월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고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도 가장 성공적인 첫 해”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거라고 사람들은 얘기했는데, 막상 발표된 물가 지표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좋은 수준”이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글로벌 제약사 9곳이 이날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약값을 최혜국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부각하며 “사상 최대의 가격 인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지표는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18일에 공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노동통계국은 11월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을 2.7%로 공표했는데, 이는 다우존스에서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는 물론, 올 9월(3.0%)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또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기간 2.6% 올라 9월(3.0%)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문제는 이번 CPI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일부 데이터가 누락돼 왜곡됐다는 논란에 빠졌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이 지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번 11월 CPI는 셧다운 사태 여파로 이달 10일이었던 예정일보다 여드레 늦게 나왔다. 10월 CPI는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아예 건너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겪는 경제 문제의 책임은 민주당 탓으로 모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집값·월세 상승을 거론하며 “대규모 이민이 대형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고 역설했다. 또 “민주당이 높은 가격을 초래한 당사자들”이라며 “그런데 이제는 가짜뉴스와 함께 이번 선거가 ‘감당 가능한 물가’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셧다운 사태의 최대 쟁점이었던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ACA)’와 관련해서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케어”라고 비방하며 “보험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물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민주당이 올려 놓고 1년도 안 돼 그 책임을 자신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4년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때 시중 유동성이 급격하게 풀린 탓에 연평균 5% 전후로 치솟았다. CPI는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아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민주당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긴 결정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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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지율 바닥에 ‘비상’···뉴욕연은 총재 “디스인플레 맞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을 맞아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랑하고 나선 것은 이번 노스캐롤라이나주 연설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20분가량 대국민 연설을 생중계하고 “취임 1년 만에 우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행정부와 의회의 동맹 세력(민주당)은 수조 달러를 국고에서 빼내 물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나는 지금 그 높아진 물가를 매우 빠르게 낮추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내가 취임했을 때 인플레이션은 지난 48년간 최악이었다”며 “국내에서 파탄 직전에 놓였던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600개 신규 발전소 개설, 세금 환급, 군 장병 ‘전사 배당금’ 지급, 주택 개혁 정책 등을 공약하고 “우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고 선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이유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다. 공화당이 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에 등을 돌리거나 본선에서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에 빠질 수도 있다. PBS와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1일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2%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38%에 머물렀다.
CPI 데이터 오염 논란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안정 주장이 틀린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에서 나왔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9일 CNBC 인터뷰에서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CPI 수치가 다소 낮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10월과 11월 초에 자료를 수집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관련한 몇 가지 특수 요인으로 일부 항목에서 데이터가 왜곡됐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CPI 상승률이 아마 0.1%포인트가량 내려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그러면서도 일부 물가 데이터는 고무적으로 나왔다며 “우리가 목격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과정의 연속”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연은의 총재는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으로서 12명으로 구성된 투표 위원에 속해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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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사들 “내년 물가는 올해보다 안정”···3분기 미국 GDP 성장률, AI주 등 ‘산타 랠리’ 판가름
CNBC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15일에도 뉴저지 은행가 협회 주최 행사에서 “관세가 올해 물가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 영향은 예상보다 더 제한적이고 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났다”고 낙관했다. 그는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일회성일 것”이라며 “광범위한 공급망 병목 현상은 없었고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년 물가상승률은 2.5%를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2027년에는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바이든 전 행정부 때보다 훨씬 안정된 물가 수준이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도 15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팬데믹 이후 큰 인플레이션이 있었고, 미국 가계가 그 경험으로 인해 생활비 불만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며 “지금 물가가 더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기저(underlying) 인플레이션은 2.3%를 밑돌고 있어 연준의 목표치(2%)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9월 임명한 측근이자 연준에서 가장 극단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다.
이번 주에는 크리스마스가 껴 있어 뉴욕 증시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 여부가 월가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는 증시가 휴장을 하고 이브인 24일에는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한다. 26일에는 뉴욕 증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확정한 뒤인 지난해 연말에는 물가 불안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후퇴로 산타 랠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 관리 낙관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23일 나올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GDP 성장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올 들어 1분기 -0.6%를 기록했다가 2분기로 3.8% 크게 반등했다. 2분기 GDP 성장률은 2023년 3분기(4.7%)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3%)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속보치(3.0%)와 잠정치(3.3%)에 비해서도 각각 0.8%포인트, 0.5%포인트나 높았다. 2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9월 25일 뉴욕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참고로 미국의 GDP 성장률은 현 경제 성장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상 성장률인 ‘연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비교 기준점은 직전 분기다. 이는 GDP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산정하는 한국 등과는 다른 집계 방식이다. 3분기 GDP는 애초 10월 30일에 발표가 예정됐다가 셧다운 사태로 두 달가량 미뤄졌다. 확정치는 내년 1월 22일에 나온다. 이 밖에 23일 ADP 주간 고용 증감, 2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고용 관련 지표도 이번 주 공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과로 치열하게 여론전을 펼치는 점은 아직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월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전략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주도 정책적인 면보다는 ‘거품론’에 휩싸인 AI 기술주에 대한 크고 작은 소식이 증시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어 주시해야 할 듯하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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