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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님! 추가 지연된답니다 “②지명경쟁입찰 10개월 ③공동개발 1년”[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서울경제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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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님! 추가 지연된답니다 “②지명경쟁입찰 10개월 ③공동개발 1년”[이현호의 밀리터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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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위에서 결정안돼 방추위에 공 넘겨져
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설계 세가지 상정
결론도출 안되면 수의계약은 사실상 제외
②, ③번 방식 KDDX 최대 2년6개월 지연


“군사 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 ‘수의 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

지난 11월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방산 비리 근절’ 관련 질문에 답하던 과정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던진 당부다. 그러나 이 한마디가 국내 방산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특정 기업을 배제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이다 발언’이라 해석하지만 대통령이 기존 시스템을 무시한 채 승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결과는 곧 도출된다.

방위사업청이 1년 6개월 가까이 표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7조 6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에 대한 ‘입찰방식’을 12월 2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주최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앞서 지난 12월 4일 열린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방추위에 공을 넘긴 상태다.

방사청은 방추위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를 맡은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세 가지 방안을 상정한다. ①안 ‘수의계약’ ②안 ‘지명경쟁입찰’ ③안 ‘공동설계’ 등이다.


방추위 결정에 대해 미리 살펴 본다면 ①안으로 결정되면 방사청과 소요군인 해군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선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곧바로 건조 작업을 시작하면 사업 및 해군의 전력화 지연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지명경쟁입찰이나 공동설계 방식 추진에 따른 법적 논란 등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런 까닭에 방사청 실무진은 관련법 개정이 없다면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의 ‘수의계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개념설계를 맡은 업체도 참여하는 ‘지명경쟁입찰’ 및 ‘공동개발’ 방식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 다수 의견은 물론 최종 법률 검토에서도 안정적 함정 건조를 위해선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수행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만큼 수의계약 추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민간 사업 논란에 끼어든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업체 간 상생안(지명경쟁입찰·공동개발 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현행법 개정 등의 통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해 주지 않고 “수의계약이든 상생방안이든 어떻게 방식으로 갈지는 주관부서인 방사청이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라 방사청은 여당 압박과 상관 없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참여하면 KDDX 사업은 사실상 새롭게 수행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추가적인 사업 및 전력화 지연 등 많은 시행착오가 우려될 수밖에 없어 해군 지휘부는 기존 관례를 따라 조속히 사업이 추진되길 바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안규백 장관이 주관하는 방추위가 22일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또다시 내년으로 연기한다면 사실상 ①안 수의계약은 폐기로 볼 수 있다. 이는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②안 또는 ③안으로 결정하는 수순으로 1년 6개월 가까이 늦어진 KDDX 사업 및 해군 전력화 시기의 추가 지연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상생안이라는 불리는 ②안 지명경쟁입찰 또는 ③안 공동개발 추진을 위해서는 관련법 손질과 함께 방추위에서 KDDX 사업을 사실상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을 다시 통과하는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

방사청 내부적으로 검토할 결과 ②안 지명경쟁입찰을 추진하면 추가로 10개월 이상 지연되고 ③안 공동개발을 추진하면 추가로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6000톤급 KDDX 6척을 2036년까지 건조하는 게 목표였지만 2년~2년 6개월가량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2012년 개념설계와 2023년 기본설계 이후 2024년 6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거쳐 2029년 건조 및 시험평가를 마치고 2030년 해군에 선도함(1번함)을 인도할 계획이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추위 내 위원들 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기존 관례에 따른 수의계약 방식을 제외하고 지명경쟁입찰 또는 공동개발 방식을 선택한다면 최대 2년 6개월가량 사업 및 해군 전략화 지연에 대한 논란을 비롯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경우 최종 결정자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추위원장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비판적 여론을 감내한다면 ②안 지명경쟁입찰 또는 ③안 공동개발 추진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주요 무기체계 및 전력사업의 계획 등을 조정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을 방추위에서 통과시키면 방사청 실무진이 부담스러워 하는 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사업 추진에 적극 나설 수 있다.

당장 지명경쟁입찰 방식은 산업통상자원부가 KDDX 생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복수 지정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법적 논란 부담은 없다. 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사고 전력을 감안해 경쟁입찰로 주장해 와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협력사 직원이 잠수함 설계 도면을 외국에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한화오션에도 마냥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공동개발 방식도 마찬가지다. 담합 가능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제116조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조항을 근거로 제한적이나마 공동개발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아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방사청은 어떤 방안으로 결정되든 선도함(1번함) 이후 2~6번함 5척을 동시에 발주해 지연된 사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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