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NJ트랜짓)를 타면 심할 땐 495번 도로에서 링컨터널로 진입하는 데만 20분이 걸려요. 시외버스(4달러·1회 편도)보다 가격(260.5달러·월정기권)이 살짝 비싸지만, 지각 걱정 없이 강바람을 맞으며 출근할 수 있어서 러시아워(혼잡시간대)엔 페리를 탑니다.”
지난 9월 30일 오전 8시 40분경(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맨해튼 브룩필드플레이스터미널에서 만난 안젤라 리(48)의 말이다. 뉴저지주에 사는 그는 임페리얼항페리터미널에서 출발해 허드슨강을 가로질러 매일 출퇴근한다.
뉴욕수로(NY Waterway)는 통근자를 위해 뉴저지↔뉴욕 구간 10개 노선을 운영한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엔 임페리얼항(뉴저지)-호보켄(뉴저지)-브룩필드(맨해튼)-피어11/월스트리트(맨해튼) 구간을 운영하고 통근 할인(commuter special)도 제공한다.
지난 9월 30일 오전 8시 40분경(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맨해튼 브룩필드플레이스터미널에서 만난 안젤라 리(48)의 말이다. 뉴저지주에 사는 그는 임페리얼항페리터미널에서 출발해 허드슨강을 가로질러 매일 출퇴근한다.
뉴욕수로(NY Waterway)는 통근자를 위해 뉴저지↔뉴욕 구간 10개 노선을 운영한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엔 임페리얼항(뉴저지)-호보켄(뉴저지)-브룩필드(맨해튼)-피어11/월스트리트(맨해튼) 구간을 운영하고 통근 할인(commuter special)도 제공한다.
한강버스 논란과 서울시의 해명. 그래픽=김경진 기자 |
통근수단으로서 한강버스 가능성은
한강버스가 15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희철 기자 |
지난 9월 18일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정식 운항한 지 100일이 가까워 온다.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뉴욕수로와 비교할 때 한강버스는 어떤가.
지난 15일 탑승한 한강버스는 여의도↔마곡 구간에서만 부분 운항 중이었다. 한강버스 102호 선박이 지난달 15일 수심이 얕은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좌초하면서다. 한강버스는 현재 3대의 선박이 하루 16회(왕복) 아침 9시(여의도행)~10시30분(마곡행)부터 저녁 7시30분(여의도행)~8시30분(마곡행)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3개 선착장을 오가고 있었다. 전체노선(잠실~마곡) 운항은 내년 1월 예정이다.
15일 탑승한 한강버스 실내에서 파노라마 통창으로 바라본 한강변 풍경. 문희철 기자 |
정식 운항 전 서울시는 1년 365일 중 345일(94.5%) 동안 한강버스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운항 개시 이후 약 100일 동안 전 구간을 제대로 운항한 날짜는 26일에 불과하다. 출퇴근에 필요한 안정성·정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교통수단의 조건인 안정성·정시성을 갖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유튜브에서 “관광 등의 용도로는 의미가 있지만, 교통 대책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초기 미숙한 운영은 인정한다. 하지만 차근차근 정시성·안정성을 높여 2026년 봄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승객무탑승시범 운항으로 노하우를 쌓았고, 최근 발생한 좌초 등도 준설(浚渫·바닥을 파내는 작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버스 실내에 배치되어 있는 좌석. 버스보다 넓고 쾌적하다. 문희철 기자 |
한강버스 준공영제 편입 논란…“편익은 시민에게” 반박
한강버스에 직접 탑승한 오세훈 서울시장. 문희철 기자 |
서울시가 세금을 투입하기 위해 한강버스를 준공영제에 편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스 준공영제란 민간 버스회사가 운행을 담당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면서 노선·운영에 개입하는 제도다. 한강버스가 유람선이라면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할 명분이 없지만, 출퇴근 교통수단이라면 지하철·마을버스처럼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6년도 한강버스 예산으로 올해(61억원) 대비 2배가량인 132억원을 투입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출퇴근용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중교통이라는 지위가 갖는 행정적 특혜를 노린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특혜’란 적자 보전, 부대 영리사업, 선착장 건설 등이다.
19차례 발생한 한강버스 사고 유형. 그래픽=차준홍 기자 |
이에 대해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서울시가 선착장을 건설해 영리사업을 하는 이유는 한강버스 요금(3000원)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이로 인한 편익은 대부분 저렴하게 한강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출퇴근용 한강버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운항 초기 혼란은 있지만, 정시성·접근성 등 출퇴근용 기능을 보완한다면 향후 뉴욕처럼 한강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강버스 사고 발생 선박. 그래픽=차준홍 기자 |
고준호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는 “교통수단 다양화 차원에서 보면 한강버스같은 수상 교통수단은 글로벌 추세다. 한강버스가 느린 건 분명하지만 강남·강북을 잇는 주요 다리에서 오도 가도 못한 러시아워엔 경쟁력이 있다”며 “초기 시행착오를 빨리 극복할수록 비용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86년 출범한 뉴욕수로도 뉴욕주 맨해튼과 뉴저지주를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 3~5년 가량이 걸렸다. 뉴욕·뉴저지 시민들은 초기에 뉴욕수로를 주로 관광용으로 사용했다. 당시엔 출퇴근용 수요가 편당 10~20여명 선이었다. 하지만 1990년 전후로 선착장이 늘어나고 노선이 다양해지면서 출퇴근용 수요가 증가했다.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를 오가는 통근용 수상 교통 수단인 뉴욕수로(NY Waterway). [사진 뉴욕수로] |
뉴욕수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페리는 버스보다 좌석이 넓고 쾌적하며, 커피·음식을 판매하기 때문에 강바람을 받으며 여유롭게 출근하는 게 장점.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시외버스의 절반 수준”이라며 “'문명화된 통근 수단(a civilized commute)’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강버스도 선내에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며, 와이파이 이용도 가능하다.
김학소 청운대 글로벌물류무역연구소장은 “한강버스 운항 노하우를 확보해 향후 경인운하와 연결하면 수도권 수상 교통망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결항률 축소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현택 한국스마트해양학회장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홍수·폭설·폭우·결빙 등 기상 변수에 따른 결항률을 축소하려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항로 고도화, 스마트 선착장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고 운항 인력의 전문성이 축적되면 향후 경쟁력 있는 통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욕(미국)=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