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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SKT, 해킹피해자에 2조3000억 보상”… SKT는 미적

동아일보 김다연 기자,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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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SKT, 해킹피해자에 2조3000억 보상”… SKT는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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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5만원-5만 포인트’ 조정안

“한명당 10만원씩… 통상적 수준”

SKT “신중히 검토뒤 결정” 미온적

이미 1조 이상 지출… 불수용 가능성

“국내 기업들 보상에 소극적” 지적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대규모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SK텔레콤이 사실상 전 가입자에게 1인당 10만 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SK텔레콤은 총 2조3000억 원에 이르는 이번 보상안 수용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인당 10만 원 보상” 조정안 발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8일 집단분쟁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보상은 통신요금 5만 원 할인과 SK텔레콤 멤버십 포인트인 ‘티플러스 포인트’ 5만 포인트를 합쳐 인당 총 10만 원 상당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의 1인당 보상액이 통상 10만 원 수준이었던 점과 전체 피해자 보상의 필요성, 조정안 수락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감안해 이 같은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5월 소비자 58명은 SK텔레콤 ‘홈가입자서버’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위원회는 9월 1일 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세 차례 회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SK텔레콤이 이번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유출 규모는 알뜰폰 이용자를 포함해 총 2324만4649명으로 파악됐다.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이 이뤄질 경우 보상 규모는 약 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위원회는 해킹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처분 등을 근거로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 2조3000억 원 보상안 수용 안 할 가능성

SK텔레콤은 조정결정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회신해야 한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조정안을 수락하거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해 분쟁은 종결된다. 반면 SK텔레콤이 이를 거부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은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분쟁을 이어가야 한다.


소비자위 조정 결정에 SK텔레콤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앞서 해킹 사태와 관련해 위약금 면제와 고객 감사 패키지 등에 5000억 원, 정보보호 투자에 7000억 원 등 모두 1조2000억 원가량을 지출했다. 여기에 이번 조정안까지 수용하면 2조3000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해킹 사태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의 지출도 부담이지만 이런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이 이번에도 분쟁위원회 조정안을 거절할 경우 “도의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여론의 역풍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올 8월 해킹 피해자가 해지를 원할 경우 연말까지 위약금 면제 조치를 적용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직권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1인당 30만 원 배상 조정안도 수락하지 않았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뒤이어 해킹 또는 정보 유출 사고가 났던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정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이렇다 할 고객 보상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국내 기업들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나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미국과 크게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매출 규모부터 다른 미국과 한국 기업이 현실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배상을 할 순 없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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