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상장, 전통산업의 위기, 그리고 멍샹샤오전 10년
알리바바 상장은 수천 명의 직원에게 재정적 자유를 안겨줄 터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돈과 경험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 분명했다. 저장성은 이 인재와 자본의 '외일(外溢, 유출)'을 흡수할 그릇이 필요했다.
한 달 뒤, 항저우시와 위항구는 '인터넷 창업 소진(小镇)'의 초안을 리창에게 올렸다. 리창은 이름을 직접 지었다. "천하의 창업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는 곳"—멍샹샤오전(梦想小镇, 꿈의 마을).
2014년 9월 착공, 2015년 3월 28일 개원. 160일 만이었다.
저장성은 '괴상경제(块状经济, 블록경제)'로 성장한 곳이다. 사오싱(绍兴)의 섬유, 다탕(大唐)의 양말, 성저우(嵊州)의 넥타이, 하이닝(海宁)의 가죽. 한 지역이 하나의 산업에 특화된 클러스터 구조다. 저장성 공업 생산의 70%가 이런 전통산업이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스마일 커브'의 바닥에 갇혀 있다는 점이었다. 제조는 하되, 연구개발과 브랜드는 없었다. 산업 고도화가 시장·소비 고도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리창은 2015년 발표한 논문 「특색소진은 저장성 창신발전의 전략적 선택이다」에서 이렇게 썼다. "신창타이(新常态, 뉴노멀) 하에서 저장성은 자체 정보경제, 괴상경제, 산수자원, 역사인문의 독특한 우위를 활용해 특색소진을 빠르게 건설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구조 전환과 동력 전환의 현실적 난제를 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멍샹샤오전은 그 첫 번째 실험이었다.
이 위치 선정은 '재지(财智, 재력과 지력) 유출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 알리바바에서 나온 자본과 경험, 저장대학에서 나온 기술과 인재. 이 두 흐름이 합류하는 지점에 창업타운을 세운다는 구상이었다.
미래과기성(未来科技城)은 이미 국가급 '해외 고급 인재 창신창업 기지'로 지정돼 있었다. 항저우시는 2000년부터 '천당규곡(天堂硅谷, 천국의 실리콘밸리)'을 표방하며 이 일대를 정보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해왔다. 멍샹샤오전은 이 토대 위에 올라탄 것이다.
멍샹샤오전 조성 당시, 이 양식창고 12동이 개조 대상이 됐다. 선택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속도.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빨랐다. 160일 안에 개원해야 했다. 알리바바 상장 후 유출될 인재와 자본을 잡으려면 시간이 없었다.
둘째, 비용. 기존 건물을 활용하면 건설비를 줄일 수 있었다. 절감된 비용은 창업자 지원에 돌릴 수 있었다.
셋째, 상징. "예전에는 생명의 씨앗을 저장하던 곳, 지금은 혁신의 씨앗을 키우는 곳." 양식창고에서 창업타운으로—과거와 미래, 농업과 기술, 저장과 성장의 대비. 개조된 창고는 '종자창(种子仓)'이라 불린다.
사무양창의 '무(无, 없다)'는 이제 창업자의 '무'로 재해석됐다. 무자본(无资本), 무경험(无经验), 무시장(无市场), 무지원(无支撑).
왜 대학생인가. 멍샹샤오전 기획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有梦想、有激情、有知识、有创意(꿈·열정·지식·창의가 있다), 但无资本、无经验、无市场、无支撑(그러나 자본·경험·시장·지원이 없다)의 대학생을 无中生有(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상태로 이끈다."
4유(有)는 있고 4무(无)는 없는 계층. 이들에게 4무를 채워주면 4유가 폭발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지원은 다음과 같다.
창업 2년 차, 청투안서는 6개월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4명의 팀원이 농가 주택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때 화단천사투자(华旦天使投资) 창업자 장제(张洁)를 만나 100만 위안 투자를 유치했다. 장제의 소개로 2015년 멍샹샤오전에 첫 입주했다.
멍샹샤오전이 제공한 것은 무료 사무실, 월 500위안 주거 보조, 2만 위안 혁신권이었다.
이후 청투안서는 2016년 5,500만 위안 A라운드, 2017년 6,000만 위안 B라운드, 2019년 앤트파이낸셜 주도 B+라운드를 연달아 유치했다. 2025년 현재 플랫폼 등록 사용자 8,600만 명, 누적 중개 10억 건을 돌파했다.
3,608개 중 유니콘은 2개. 비율로 따지면 0.05%다. 멍샹샤오전 측은 "유니콘 배출보다 창업 경험 축적에 방점을 둔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생존율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같은 해 '2025 천사몽상기금'과 '위항구 AI생태기금'이 가동됐다. 천사몽상기금은 멍샹샤오전에서 성장한 8개 기업이 출자해 후배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구조다. 선배가 후배를 키우는 선순환이 10년 만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멍샹샤오전은 항저우 밖으로도 나갔다. 2019년 상하이에 '호항창신중심(沪杭创新中心)', 2020년 안후이 허페이에 '합항몽상소진(合杭梦想小镇)'을 열었다.
리창 전 성장은 재임 기간 멍샹샤오전을 11회 방문했다. 2016년 장쑤성 성위서기로 이임한 뒤에도 장쑤성 당정대표단을 이끌고 12번째로 방문했다. 그는 논밭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멍샹샤오전이 '수도거성(水稻渠成)'했구나." 수도(水稻, 벼)와 수도(水到, 물이 이르다)의 언어유희였다.
양식창고에 뿌린 씨앗이 10년간 자랐다. 다음 10년은 그 씨앗이 어디까지 퍼지느냐의 문제다.
글 : 허민혜(min3hui4@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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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대표 창업단지 멍샹샤오전(드림타운) 전경. 멍샹샤오전에는 71개 인큐베이터와 1,400여 개 금융기관이 모여있다. |
2014년 8월 13일, 전화 한 통
2014년 8월 13일, 당시 저장성장 리창(李强)이 위항구 구위서기 쉬원광(徐文光)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달 뒤 알리바바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리창의 요청은 간단했다. "알리바바 주변에 인터넷 창업 인재와 풍투(风投, 벤처캐피털) 자본을 모을 공간을 만들라."알리바바 상장은 수천 명의 직원에게 재정적 자유를 안겨줄 터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돈과 경험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 분명했다. 저장성은 이 인재와 자본의 '외일(外溢, 유출)'을 흡수할 그릇이 필요했다.
한 달 뒤, 항저우시와 위항구는 '인터넷 창업 소진(小镇)'의 초안을 리창에게 올렸다. 리창은 이름을 직접 지었다. "천하의 창업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는 곳"—멍샹샤오전(梦想小镇, 꿈의 마을).
2014년 9월 착공, 2015년 3월 28일 개원. 160일 만이었다.
왜 '그때'였나: 저장성의 위기
알리바바 상장은 계기였을 뿐, 본질은 저장성 경제의 구조적 위기였다.저장성은 '괴상경제(块状经济, 블록경제)'로 성장한 곳이다. 사오싱(绍兴)의 섬유, 다탕(大唐)의 양말, 성저우(嵊州)의 넥타이, 하이닝(海宁)의 가죽. 한 지역이 하나의 산업에 특화된 클러스터 구조다. 저장성 공업 생산의 70%가 이런 전통산업이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스마일 커브'의 바닥에 갇혀 있다는 점이었다. 제조는 하되, 연구개발과 브랜드는 없었다. 산업 고도화가 시장·소비 고도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리창은 2015년 발표한 논문 「특색소진은 저장성 창신발전의 전략적 선택이다」에서 이렇게 썼다. "신창타이(新常态, 뉴노멀) 하에서 저장성은 자체 정보경제, 괴상경제, 산수자원, 역사인문의 독특한 우위를 활용해 특색소진을 빠르게 건설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구조 전환과 동력 전환의 현실적 난제를 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멍샹샤오전은 그 첫 번째 실험이었다.
왜 '그곳'이었나: 알리바바 5km, 저장대학 10km
멍샹샤오전의 위치는 위항구 창첸가도(仓前街道). 알리바바 시시원구(西溪园区) 본사에서 5km, 저장대학에서 10km 거리다.이 위치 선정은 '재지(财智, 재력과 지력) 유출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 알리바바에서 나온 자본과 경험, 저장대학에서 나온 기술과 인재. 이 두 흐름이 합류하는 지점에 창업타운을 세운다는 구상이었다.
미래과기성(未来科技城)은 이미 국가급 '해외 고급 인재 창신창업 기지'로 지정돼 있었다. 항저우시는 2000년부터 '천당규곡(天堂硅谷, 천국의 실리콘밸리)'을 표방하며 이 일대를 정보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해왔다. 멍샹샤오전은 이 토대 위에 올라탄 것이다.
왜 '양식창고'였나: 160일, 그리고 상징
창첸(仓前)은 글자 그대로 '창고 앞 마을'이다. 남송 시대부터 800년간 쌀을 저장하던 곳이다. 1954년에는 '사무양창(四无粮仓)'이 전국 최초로 조성됐다. 해충·곰팡이·쥐·참새가 없는 양곡 창고라는 뜻이다.멍샹샤오전 조성 당시, 이 양식창고 12동이 개조 대상이 됐다. 선택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속도.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빨랐다. 160일 안에 개원해야 했다. 알리바바 상장 후 유출될 인재와 자본을 잡으려면 시간이 없었다.
둘째, 비용. 기존 건물을 활용하면 건설비를 줄일 수 있었다. 절감된 비용은 창업자 지원에 돌릴 수 있었다.
셋째, 상징. "예전에는 생명의 씨앗을 저장하던 곳, 지금은 혁신의 씨앗을 키우는 곳." 양식창고에서 창업타운으로—과거와 미래, 농업과 기술, 저장과 성장의 대비. 개조된 창고는 '종자창(种子仓)'이라 불린다.
사무양창의 '무(无, 없다)'는 이제 창업자의 '무'로 재해석됐다. 무자본(无资本), 무경험(无经验), 무시장(无市场), 무지원(无支撑).
왜 '대학생'이었나: 4유4무(四有四无)의 논리
멍샹샤오전의 타겟은 '범대학생(泛大学生)'으로 명시돼 있다. 졸업 10년 이내 대학생(석·박사는 연한 무제한)이 인터넷 관련 기업을 설립하면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왜 대학생인가. 멍샹샤오전 기획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有梦想、有激情、有知识、有创意(꿈·열정·지식·창의가 있다), 但无资本、无经验、无市场、无支撑(그러나 자본·경험·시장·지원이 없다)의 대학생을 无中生有(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상태로 이끈다."
4유(有)는 있고 4무(无)는 없는 계층. 이들에게 4무를 채워주면 4유가 폭발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지원은 다음과 같다.
| 항목 | 내용 |
|---|---|
| 사무 공간 | 3년간 임대료 전액 면제 |
| 에너지·관리비 | 3년간 60% 보조 |
| 주거 보조 | 본과·석사·박사별 월 300~500위안 (3년) |
| 창업 대출 | 최대 100만 위안 무담보 신용대출 |
| 천사 투자 | 프로젝트당 20만 위안 (몽상기금) |
'신사군(新四军)'의 집결
멍샹샤오전 창업자들은 네 갈래로 분류된다. 항저우 창업계에서 '신사군(新四军)'이라 불리는 집단이다.- 아리계(阿里系): 알리바바 출신. 상장 후 재정적 자유를 얻은 직원들이 자본과 경험을 들고 창업에 나섰다. 멍샹샤오전 첫 입주 투자자와 창업자 상당수가 이 계열이다.
- 저대계(浙大系): 저장대학 출신. 2022년 기준, 저장대학 출신이 경영하는 상장사는 280개, 시가총액 합산 5조 6,000억 위안이다. 멍샹샤오전 내 딥로보틱스(云深处) 창업자 주추궈(朱秋国)는 현재도 저장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해귀계(海归系): 해외 유학파 귀국 창업자. 미래과기성 자체가 '해외 고급 인재 기지'로 지정돼 있어 지원이 두텁다.
- 저상계(浙商系): 저장성 상인 출신 재창업자. 천사촌(天使村) 입주 투자기관의 상당수가 이 계열 자본이다.
4인 팀에서 8,600만 사용자로
청투안서(青团社)는 멍샹샤오전이 배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13년 덩젠보(邓建波, 당시 23세)가 설립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이다.창업 2년 차, 청투안서는 6개월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4명의 팀원이 농가 주택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때 화단천사투자(华旦天使投资) 창업자 장제(张洁)를 만나 100만 위안 투자를 유치했다. 장제의 소개로 2015년 멍샹샤오전에 첫 입주했다.
멍샹샤오전이 제공한 것은 무료 사무실, 월 500위안 주거 보조, 2만 위안 혁신권이었다.
이후 청투안서는 2016년 5,500만 위안 A라운드, 2017년 6,000만 위안 B라운드, 2019년 앤트파이낸셜 주도 B+라운드를 연달아 유치했다. 2025년 현재 플랫폼 등록 사용자 8,600만 명, 누적 중개 10억 건을 돌파했다.
10년의 숫자
2025년 3월 기준, 멍샹샤오전의 현황이다.| 항목 | 수치 |
|---|---|
| 창업 프로젝트 | 3,608개 |
| 창업 인재 | 2만 7,000여 명 |
| 유니콘 기업 | 2개 |
| 준유니콘 기업 | 24개 |
| 국가급 고신기술기업 | 205개 |
| 누적 투자 유치 | 157억 위안 |
| 입주 인큐베이터 | 71개 |
| 금융기관 | 1,409개 |
| 관리 자본 | 2,994억 위안 |
10년, 그리고 다음 10년
2025년 3월 28일, 멍샹샤오전은 개원 10주년 고품질발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 전문 지원책'이 발표됐다. AI, 저공경제(低空经济, 드론·UAM), 인형로봇, 뇌기접속(脑机接口)에 집중 지원한다는 내용이다.같은 해 '2025 천사몽상기금'과 '위항구 AI생태기금'이 가동됐다. 천사몽상기금은 멍샹샤오전에서 성장한 8개 기업이 출자해 후배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구조다. 선배가 후배를 키우는 선순환이 10년 만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멍샹샤오전은 항저우 밖으로도 나갔다. 2019년 상하이에 '호항창신중심(沪杭创新中心)', 2020년 안후이 허페이에 '합항몽상소진(合杭梦想小镇)'을 열었다.
리창 전 성장은 재임 기간 멍샹샤오전을 11회 방문했다. 2016년 장쑤성 성위서기로 이임한 뒤에도 장쑤성 당정대표단을 이끌고 12번째로 방문했다. 그는 논밭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멍샹샤오전이 '수도거성(水稻渠成)'했구나." 수도(水稻, 벼)와 수도(水到, 물이 이르다)의 언어유희였다.
양식창고에 뿌린 씨앗이 10년간 자랐다. 다음 10년은 그 씨앗이 어디까지 퍼지느냐의 문제다.
글 : 허민혜(min3hui4@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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