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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텐센트, 日서 엔비디아 블랙웰 '펑펑' 사용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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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텐센트, 日서 엔비디아 블랙웰 '펑펑'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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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AI칩 1.5만개 설치된 데이터센터 임대
규제 피하려 중간에 다른 기업 끼워 계약
1.7조원에 3년간 사실상 독점…"美눈치볼 필요없어"
美규제 허점 노린 전략…"직접 구매보다 부담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빅테크 텐센트가 일본 기업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제재를 우회한 것이다.

(사진=AFP)

(사진=AFP)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마케팅 솔루션 기업 ‘데이터섹션’이 오사카 외곽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중국 텐센트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있다.

데이터섹션은 지난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전세계 대형 IT기업에 임대해주는 사업으로 전환한 뒤, 텐센트와 제3자를 통해 1만 5000개의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프로세서 ‘B200’ 접근권을 제공하는 12억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AI 칩 대부분을 텐센트가 3년 계약으로 이용 중이다. FT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해 해외에서 AI 칩을 합법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전략 사례”라고 평가했다.

데이터섹션은 미국 코어위브, 유럽 네비우스와 함께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흥 AI 인프라 사업자로 급부상했다. 사실상 텐센트 덕분이지만 노리히코 이시하라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고객’이라며 말을 아꼈다. 텐센트와의 계약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5000개의 B200 칩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최소 1만개가 필요하다”며 “AI 비즈니스는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커지고 있다. 정말 미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시하라 CEO는 또 “고객사 데이터 보호를 위해 파트너사를 통한 (제3자) 계약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텐센트의 경우 도쿄 소재 기술기업 ‘나우나우’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대중 규제가 다시 강화힐 경우 계약은 즉시 해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엔비디아 최고급 칩을 해외에서 확보할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데이터섹션 외에도 아시아 전역에서 블랙웰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텐센트뿐 아니라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도 해외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그 컴퓨팅 파워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이 같은 ‘구멍’을 막기 위해 수출 규정 보완을 검토했으나,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조치를 철회하면서 데이터섹션은 오사카 프로젝트를 신속히 완성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저성능 AI 칩의 대중 수출 허용을 추진하며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대형 IT 기업들이 자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번스타인리서치의 린칭위안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 입장에선 직접 구매보다 해외 컴퓨팅 우회가 더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섹션은 일본에 이어 호주 시드니에 두 번째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8억달러 규모의 3년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최신형 ‘B300’ 수만개를 포함해 10만개 이상의 AI 칩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B300 칩 첫 1만개 구매에 5억 2100만달러가 투입됐다.

이 시설 역시 텐센트가 수년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하라 CEO는 “세계 최초로 B300 칩을 활용한 하이퍼스케일급 AI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데이터섹션은 최근 공매도 세력들이 제기한 규제 회피 의혹에 직면했다. 지난 10월 한 단기 공매도 보고서는 텐센트 및 싱가포르 금융사 ‘퍼스트플러스파이낸셜홀딩스’와의 관계를 문제 삼으면서 미 수출 통제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데이터섹션은 “모든 사업은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데이터섹션 주가는 올해 약 185% 급등했다. 올 여름 고점을 찍은 이후 과잉 투자 우려와 공매도 여파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는 약 500억엔 규모의 신주인수권 발행을 추진해 퍼스트플러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시하라 CEO는 “GPU 수요가 워낙 커서 최악의 경우라도 새 고객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1주일 정도만 멈춰 설 뿐”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