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트럼프, 6년 전 '전멸' 선언했던 IS 공습… 여전히 질긴 생명줄

한국일보
원문보기

트럼프, 6년 전 '전멸' 선언했던 IS 공습… 여전히 질긴 생명줄

서울구름많음 / 0.0 °
IS, 2019년 3월 '바구즈' 상실 이후
행정력 못 미치는 곳에서 재정비 거쳐
알샤라 정부도 '서방 공습 수용' 시험대


한 미국 공군 병사가 18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거점 타격 작전을 준비하며 F-15E 전투기에 GBU-31 공대지 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 공군이 19일 공개한 것으로 구체적인 촬영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공군 제공

한 미국 공군 병사가 18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거점 타격 작전을 준비하며 F-15E 전투기에 GBU-31 공대지 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 공군이 19일 공개한 것으로 구체적인 촬영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공군 제공


미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내 거점을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당시인 2019년 3월 IS의 '마지막 남은 영토'로 불렸던 바구즈에 대한 공격이 마무리된 뒤 자신이 IS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IS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고·지원시설 타격… 시리아 정부는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가 약속한 대로, 미국은 살인 테러범들에게 매우 심각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며 "시리아 내 IS 거점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 중"이라고 밝혔다.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시리아 중부의 IS 무기고와 지원시설 등 목표 70곳을 향해 이뤄졌다. 요르단 공군도 공격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습은 지난 13일 시리아 중부 팔미라에서 정찰 중이던 미군 병사 2명과 민간인 통역사 1명이 IS가 배후를 자처한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이뤄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밝힌 공습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호크아이(Operation Hawkeye)'로, 지난 공격으로 사망한 군인들의 출신 지역인 아이오와주(州)의 별칭 '호크아이주'에서 따왔다.

공격에는 지난 1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미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 측도 동조했다. 시리아 외무부는 20일 시리아가 "ISIS(미국식 IS 명칭)와의 지속적인 싸움과 그들이 시리아 영토 내에서 피난처를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다"며 "미국과 국제연합군이 민간인에 대한 보호와 지역 안보·안정 회복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IS, 이전 확인된 것보다 강력한 듯"


이날 공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6년 전 '전멸'을 선언한 IS에 대해 다시 군사 작전을 지시한 셈이 됐다. IS는 2019년 3월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계 무장단체 시리아민주군(SDF)의 공격으로 마지막 거점인 시리아 중부 바구즈를 상실했음에도 정부군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이전과 같이 특정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시리아 남부에서 재정비를 통해 조직을 강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군은 여러 차례 'IS 퇴치작전'을 진행해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시리아 내에서 IS를 포함한 '테러리스트 세력 무력화'를 위해 6개월간 80차례가 넘는 작전을 벌였다고 19일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시리아 담당관을 맡았던 앤드루 태블러 워싱턴 중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IS에 대한) 공격 횟수는 IS가 이전에 확인된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공격을 두고 엑스(X)에 "전쟁의 시작이 아닌 복수 선언"이라며 확전에는 선을 그었지만, NYT에 따르면 미국이 추가 공습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의 지지자 가운데는 서방의 자국 공격에 반대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이번 공격이 알샤라 정부에도 일종의 '시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