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뉴시스 |
쿠바계 부모를 둔 이민 2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내·외신 기자단을 상대로 진행한 약 2시간의 연말 기자회견이 화제다.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경청하는 태도, 스페인어와 영어를 오가며 장시간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주류 언론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들과 사뭇 달랐다는 평가다.
이날 루비오 장관은 약 2시간 동안 46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일부 기자는 그에게 스페인어로 질문했다. 그러자 그는 스페인어로 먼저 답한 뒤 이를 영어로 다시 반복해 설명하는 친절함을 선보였다.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진행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소식에는 “푸틴 대통령이 내 메시지를 덮으려 한다”며 농담했다.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도 인사했다.
그는 이날 어떤 질문에도 해당 기자 혹은 소속 매체가 ‘편향됐다’, ‘허위 정보(fake news)를 퍼뜨린다’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주류 언론에 적대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 자주 ‘허위 정보’라며 해당 기자와 소속 매체를 공격한 것과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에서 일본,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룬 루비오 장관의 폭넓은 발언은 지속적으로 기자들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행정부에서 (보기 힘든) 정중함(civility)도 주목할 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점령한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민감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루비오 장관은 2010년 상원에 입성해 주로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한때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였으나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J D 밴스 부통령과 함께 2028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꼽힌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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