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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순매수 315억달러 '역대 최대'…고환율 이유 있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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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순매수 315억달러 '역대 최대'…고환율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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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개인 투자자가 외환시장 내 상시적 달러 수요자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315억달러(46조6515억원)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약 219억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외주식 거래 규모 자체도 커졌다. 주식 기준 연간 매수·매도 합계는 2015년 약 14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400억달러를 넘어섰다. 10년 만에 시장 체급이 40배 넘게 커진 셈이다.

문제는 거래 규모 확대와 함께 순매수 규모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커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누적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유액은 지난해 말 1214억달러에서 올해 10월 1807억달러로 10개월 만에 48.8% 증가했다.

해외주식으로 빠져나간 달러 규모는 경상수지와 비교해도 작지 않다. 특히 올해 10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68억달러로, 같은 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동안 수출·소득 거래 등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가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로 거의 그대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더라도 금융계정을 통한 달러 유출이 이를 상쇄하면서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월별 흐름을 보면 해외주식 순매수와 환율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나타낸다. 순매수가 컸던 1~4월에는 원/달러 평균 환율이 1440원대를 웃돌았고, 순매도가 나타난 5~6월에는 1360원대까지 내려왔다. 이후 하반기 들어 해외주식 순매수가 재확대되자 환율도 다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1482.1원까지 치솟아 미국 관세 충격이 거셌던 올해 4월 9일 1487.6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환당국도 달러의 국내 유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 경감 △선물환포지션 제도 조정 △거주자에 대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 △해외 상장 외국기업의 전문투자자 지위 명확화 등이 포함된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내놨다.


특히 금융사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른 감독상 조치 부담을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 조치는 달러 공급 확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외화를 시장에 공급할 유인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상한을 기존 75%에서 200%로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도 이르면 이번주 초부터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환헤지는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현물환 시장 매수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어서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충하며 환율을 단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환율이 지금보단 안정될 것으로 본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 평균 142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해외투자 확대는 여전히 변수다. 개인과 기업의 해외 자산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는 한 환율은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연말 환율이 1450원 안팎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1470원대 수준이 유지되거나 일시적으로 15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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