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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명 차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연구센터 한국 설립 논의"

이데일리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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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명 차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연구센터 한국 설립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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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소비국 아닌 전략 파트너”…엔비디아·오픈AI가 본 한국의 위상 변화
HBM·제조 기반·활발한 AI 활용까지…피지컬 AI 테스트베드로 부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국에 피지컬 AI(Physical AI)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엔비디아와 협력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엔비디아가 한국을 단순한 GPU 소비 시장이 아니라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한국에 피지컬 AI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윗쪽 왼쪽에서 세번째)

지난 18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윗쪽 왼쪽에서 세번째)


류 차관은 지난 18일 열린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센터장 이성엽)주최 세미나 축사에서 지난 6개월간 한국의 AI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9월 유엔 총회 계기로 블랙록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보고 비전을 공유했고, 10월에는 오픈AI의 샘 알트먼이 방한해 SK, 삼성전자, 과기정통부와 MOU를 체결했다”며 “그 과정에서 ‘오픈AI의 여정에 한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오픈AI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류 차관은 “HBM 공급과 관련한 MOU 내용에는 매달 90만 장의 웨이퍼를 추가 생산해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지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HBM은 거의 린치핀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 반도체 없이는 대규모 GPU 확산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AI 측과의 직접 면담 경험도 소개했다.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반도체 때문만이 아니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찾기 힘든 제조 기반을 갖고 있고, B2C뿐 아니라 B2B 측면에서도 실환경에서 AI를 적용해볼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이용자들의 AI 활용 방식도 강점으로 꼽았다. 류 차관은 “챗GPT 트래픽을 분석해보면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굉장히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용 패턴이 나타난다”며 “어느 시장보다 액티브한 사용 행태를 보이고 있어, 한국이 AI 서비스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논의는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젠슨 황 CEO가 공식적으로 ‘피지컬 AI 시대에서 한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수밖에 있다’고 말했고, 실제 MOU 이후 엔비디아 코리아와 워킹그룹을 만들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한국을 단순히 GPU를 더 파는 시장이 아니라, 피지컬 AI 비전을 함께 결합할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엔비디아 코리아와 26만 장 GPU 공급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들과 함께 워킹그룹을 구성해, GPU 구축 시점과 방식, 피지컬 AI 협력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류 차관은 “한국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연구센터 구상도 이런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류 차관은 “UAE, 태국뿐 아니라 G7 국가들까지 공통적으로 AI 주권과 자생적 생태계가 없으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최근 G7 회의에서는 차관급인 저에게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장관들이 먼저 양자 면담을 요청할 정도로 한국의 AI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는 “AI 풀스택을 미국만이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식 석상에서 밝히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 기술을 쓰는 방향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에서 반도체부터 AI 기술, 서비스까지 비교적 완결된 역량을 갖춘 나라는 한국이 매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인프라 전략도 강조했다. 류 차관은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GPU를 확보한 물량만 3만7천 장에 이른다”며 “초기 AI 인프라를 정부가 직접 확보해 연구자와 산업계에 제공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관련해서는 ‘다윗 전략’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식 초대형 투자 경쟁이 아니라, 한국이 가진 생태계 역량을 응집해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라며 “비교적 제한된 예산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AI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부총리 체제, 국가 AI 전략위원회, 대통령실 AI 수석을 중심으로 범정부 협력 구조가 생각보다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행되는 AI 기본법에 대해서도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들이 AI 안전과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법”이라며 “글로벌 규제 환경을 고려해 유연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차관은 “피지컬 AI와 소버린 AI를 축으로 한국이 글로벌 AI 질서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