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무죄로 뒤집기···핵심 부상하는 ‘위법수집증거’ [안현덕의 LawStory]

서울경제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원문보기

무죄로 뒤집기···핵심 부상하는 ‘위법수집증거’ [안현덕의 LawStory]

서울구름많음 / 0.0 °
독수독과이론으로···美 대법원 판례서 유래
韓 2007년 도입···제주지사 사건이 첫판례
민주당 전·현직 의원 위수증으로 무죄 판결
윤영호 등 특검 피고인 방어 논리로도 등장
상설특검 수사과정에서 쟁점화될 가능성도


위법 증거 수집을 사유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한 각종 사건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이 ‘위법한 수집 증거이었다’는 부분을 방어 논리로 배치했다. 일각에서는 일각에서는 이른바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을 겨냥한 안권섭 상설 특검팀 수사에서도 은행 관봉권 압수 과정 등 위법 증거 수집 부분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사건 수사·재판에서 위법 증거 수집이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21일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에 따르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독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원칙(독수독과이론)으로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됐다.

형사소송법 제308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위법 수집 증거의 헌법적 근거는 두 가지. 우선 제12조1항에서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든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구속, 압수 등을 할 때에도 검사가 신청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동우 법률사무소 다리 대표 변호사는 “위법 수집 증거는 미국 대법원 판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록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는 후퇴하더라도 인권 보장이나 수사 기관의 적법 절차는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논리에서 탄생했다”며 “위법한 절차에 따르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자는 유혹으로 수사 기관 내 잘못된 관행이 계속될 위험성이 커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이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법 절차 준수·인권 보호는 항시 긴장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며 “조금의 절차만 위배해도 모두 (증거에서) 배제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의 예외 사항들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 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 처분 또는 강제 노력을 받지 아니한다.

위법 수집 증거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최초의 사건은 2007년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김 전 지사는 2006년 5월 재선 과정에서 공무원을 동원해 불법 선거 운동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유죄를 인정해 김 전 지사에게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라도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능거 능력의 예외를 둘 수 있다”면서도 “이런 예외를 함부로 인정하면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 아닌 서류까지 압수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수사 기관의 위법 수집 증거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최초의 판결이었다. 최근에도 위법 수집 증거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은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 대부분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도 지난 18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윤관석·임종성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재판부는 수사의 실마리가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을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위법 수집 증거는 최근 특검팀 재판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측은 지난 10일 결심 공판에서 서울남부지검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 중 확보한 증거인 다이어리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특검팀이 넘겨받아 별도의 영장 없이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데 활용했다며, 이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변론했다.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측도 17일 결심 공판에서 특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상설특검팀이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때 은행권 관봉권을 가져온 게 적법한지 위법 수집 증거 부분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관봉권 띠지를 폐기한 부분이 가장 핵심이기도 하지만,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관봉권이 적시되어 있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제기될 수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에 관봉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는데, 왜 압수해 가져왔는지, 이에 대한 윗선 지시는 없었는지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