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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패' 피해서 '1조$ 무역흑자' 낸 중국…그 이유들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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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패' 피해서 '1조$ 무역흑자' 낸 중국…그 이유들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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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항만에서 선적 대기 중인 컨테이너/사진=블룸버그

중국 항만에서 선적 대기 중인 컨테이너/사진=블룸버그


올해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우방국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며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동안, 미국과 무역협상 중인 중국은 올해 사상 최초로 무역흑자 1조달러를 돌파했다(올해 1~11월 1조759억달러).

도널드 트럼프 재선 시 관세 전쟁으로 최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였던 중국이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 전쟁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최소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무역흑자 1조달러 시대를 연 중국은 수출 호황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등 각국으로부터의 통상 압력이 가중되는 등 지속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무역흑자 1조달러 시대를 연 중국을 살펴보자.


무역흑자 1조달러 시대 개막한 중국

중국 무역흑자 추이/그래픽=이지혜

중국 무역흑자 추이/그래픽=이지혜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11월 수출액이 3조4100억달러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수입액은 0.6% 감소한 2조3400억달러에 그쳐 1조75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만 해도 1815억달러에 그쳤던 중국 무역흑자가 15년 만에 약 6배로 불어난 것이다. 중국 무역흑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진 2018년 3509억달러로 감소했으나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며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무역흑자 급증은 수출 호황 외에 수입 위축의 영향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80~1990년대 중국의 수출 제품은 가발, 운동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등 저부가가치 제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제조업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진출했으며 지금은 첨단기술 제품, 전기차, 의약품,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1월 기준, 섬유·의류·가방·완구 등 4대 노동집약적 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반면, 자동차·선박·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은 42.3% 급증했다.


올해 1~11월 중국 주요 수출품목/그래픽=김다나

올해 1~11월 중국 주요 수출품목/그래픽=김다나


수출 품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최대 수출 품목은 자동데이터처리설비로 수출액이 1834억달러에 달한다. 자동데이터처리설비는 서버, PC,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과 관련 부속품을 뜻한다.

2위 수출품목도 자동데이터처리 설비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전년 대비 24.7% 늘어난 1801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수입하는 걸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28나노(㎚·10억분의 1m) 이상의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중국도 대량 수출한다. 다만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중국이 주로 수입하는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 가격이 훨씬 비싸며 올해 1~11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818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에서만 201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3~4위 수출품목은 의류(1378억달러), 방직품(1300억달러)로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제품이다.


5~6위는 자동차(1253억달러), 스마트폰(1092억달러)로 중국 수출의 새로운 경쟁력을 나타내는 품목이다. 올해 중국 전기차 수출 급증으로 자동차 수출액은 16.7% 늘었으며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871억달러에 달해, 자동차가 중국의 주요 수출산업으로 부상했음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26.8% 증가한 506억달러를 기록한 선박도 눈에 띈다.


무역흑자 1조 달러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프랑스-중국 비즈니스 협의회 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프랑스-중국 비즈니스 협의회 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 무역흑자가 급증하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으로 돌아오자마자 중국 측에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내고 있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유럽이 향후 몇 달 안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등 미국의 조치를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1~10월 중국의 상대국별 무역흑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올해 1~10월 중국의 상대국별 무역흑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올해 중국의 상대국별 무역흑자를 살펴보면 마크롱의 반응이 이해된다. 올해 1~10월 중국은 유럽과의 교역에서 255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대미국 무역흑자(2334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특히 중국은 영국(544억달러), 독일(208억달러), 프랑스(107억달러)를 상대로 수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부과까지 언급한 심정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중국은 일본(43억달러), 한국(329억달러), 호주(450억달러), 대만(1205억달러)과의 교역에서는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호주로부터는 철광석을, 대만으로부터는 반도체를 대량 수입한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329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우리나라가 대중국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108억달러 적자다.

한중 양국이 서로 무역적자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현상은 홍콩을 경유하는 중계무역 때문이다.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화장품 등은 최종적으로 중국 본토로 향하는데 한국 통계 기준에는 '대홍콩 수출'로 집계된다. 올해 1~10월 대홍콩 무역수지는 234억달러 흑자로 대중국과 대홍콩 무역수지를 합칠 경우, 126억달러 흑자가 된다. 여전히 중국의 무역적자 규모와 차이는 나지만 대략 아귀는 맞아떨어진다.


위안화 환율 역시 뜨거운 감자

위안화 환율 추이/그래픽=김지영

위안화 환율 추이/그래픽=김지영


2015년만 해도 달러당 6위안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위안화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터지자 7위안대로 급등한 이후 등락을 거쳐 지금도 7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위안화 약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0일 중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약세로 인한 수출 가격 하락이 대외 교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동적균형 환율(GSDEER) 모델에 따르면 위안화의 적정 가치는 달러당 5위안 수준이며 실효환율(GSFEER) 프레임워크에 따를 경우 위안화가 12%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두 모델을 가중 평균한 결과 위안화가 적정가치보다 25% 낮게 평가됐다고 분석하며 위안화 절상을 점쳤다.

위안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며 중국 내 소비 진작에도 마이너스 요소다.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국내에서도 위안화 절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스진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앞으로 5년간 중국의 대외무역 전략에 대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1조달러의 무역흑자에 상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더 수입하고 위안화로 결제한다면 역외 위안화 유동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가 급격히 절상되며 자산 버블, 그리고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온 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중국 무역흑자 1조달러는 위안화의 향방에도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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