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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성탄과 연말 분위기로 도심 곳곳에 화려한 불빛과 경쾌한 음악으로 설렘이 가득해진다. 하지만, 병원의 혈액 저장고는 겨울마다 수급 압박에 시달린다. 병원 안 풍경은 드라마나 기사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처절하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수술실 등 급한 수혈이 필요한데 혈액이 부족해서 환자·가족·의료진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 때로는 목숨을 잃는 상황,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 치료가 미뤄지는 현실 등 안타까운 순간들을 접하게 된다.
국내 헌혈 260만 건… 코로나 이전보다 줄어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헌혈 받은 혈액 또한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한데, 적혈구는 약 35일, 혈소판은 약 5일 정도 지나면 수혈용으로 쓰이지 못한다. 이러한 유한성 때문에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정소연의 즐거운 건강
12월이 되면 성탄과 연말 분위기로 도심 곳곳에 화려한 불빛과 경쾌한 음악으로 설렘이 가득해진다. 하지만, 병원의 혈액 저장고는 겨울마다 수급 압박에 시달린다. 병원 안 풍경은 드라마나 기사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처절하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수술실 등 급한 수혈이 필요한데 혈액이 부족해서 환자·가족·의료진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 때로는 목숨을 잃는 상황,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 치료가 미뤄지는 현실 등 안타까운 순간들을 접하게 된다.
국내 헌혈 260만 건… 코로나 이전보다 줄어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헌혈 받은 혈액 또한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한데, 적혈구는 약 35일, 혈소판은 약 5일 정도 지나면 수혈용으로 쓰이지 못한다. 이러한 유한성 때문에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은 감기·독감, 기온 저하 등으로 헌혈에 부적합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져 헌혈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기다. 반면, 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하다. 교통사고 환자, 암 환자,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등 많은 환자들이 혈액 공급이 원활해야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
최근 대한적십자사가 발간한 2024년 혈액사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헌혈 건수는 약 260여만 건으로 전년 대비 다소 증가했으나, 코로나 이전 에 비해 적은 수다. 전체 인구 대비 헌혈 참여율은 5.58%로 집계됐고, 이중 헌혈자 실인원은 약 126만4525명로 1인당 평균 헌혈 횟수는 2.26회였다. 또한 16~69세 헌혈가능 인구 중 실제 국민 헌혈률은 3.27%였다. 인구 구성의 변화,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헌혈 가능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은 혈액 공급의 장기적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통계를 보면 연령별 헌혈 비중에서 20대가 약 3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0대(16~19세)도 19.3%로 뒤를 이었다. 젊은층이 활발히 참여하는 듯하지만, 같은 연령대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실제로 10대와 20대 헌혈자 수는 과거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헌혈을 주저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헌혈하면 빈혈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들이 많다. 우리 몸에 있는 혈액량은 남자는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로 체중이 60㎏인 남자의 혈액량은 약 4800㎖, 50㎏인 여자는 3500㎖ 정도의 혈액을 가지고 있다. 체내에서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보통 전혈 헌혈은 320~400㎖가 채혈되며 헌혈 후 1~2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혈액 순환이 회복된다. 또한 헌혈자 건강 보호를 위해 헌혈 전 빈혈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빈혈 예방을 위해 헌혈 간격과 헌혈 가능 횟수 기준을 정해 과도한 헌혈참여를 예방하고 있으므로 헌혈로 인해 빈혈에 생기는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헌혈을 원하는 경우 헌혈 전 아래와 같은 다양한 건강 체크가 이루어진다. 우선 ①몸무게·혈압·맥박·체온 측정이다. 남자 50㎏ 및 여자 45㎏ 미만, 혈압은 수축기 혈압 90㎜Hg 미만 또는 180㎜Hg 이상, 이완기 혈압 100㎜Hg 이상, 맥박은 1분간 50회 미만이나 100회 초과, 체온 37.5도 초과 시 헌혈이 제한된다. ②첫 헌혈자인 경우 혈액형 검사도 한다. 채혈현장에서는 A·B·O·AB형에 대한 혈구형 검사만 실시하고, 헌혈 후에 검사센터에서 혈구형, 혈청형 등 자세한 검사를 실시한다. ③빈혈검사도 이뤄진다. 혈색소 수치가 성분헌혈은 12.0g/dL 이상인 경우, 전혈 헌혈은 12.5g/dL 이상인 경우 헌혈이 가능하다. ④ 혈소판 수도 측정한다. 혈소판 수가 15만 개/μL 이상일 경우 혈소판 성분헌혈이 가능하다. ⑤문진도 한다. 헌혈자의 헌혈관련증상 발생을 예방하고 수혈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며 문진간호사가 헌혈자가 작성한 헌혈기록카드를 확인하여 헌혈 적격 여부를 판정한다.
혈압·체온·혈소판 수까지 체크 후 진행
헌혈 재참여를 원하는 경우 전혈을 하였을 경우 8주 후, 성분헌혈을 하였을 경우 2주 후 같은 요일부터 다음 헌혈이 가능하다. 단, 과거 1년 이내에 전혈헌혈 횟수가 5회이면 전혈헌혈이 제한되며, 과거 1년 이내에 성분헌혈 횟수가 24회일 경우 혈소판 성분헌혈, 혈소판 혈장 성분헌혈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확인 사항과 규정을 통해 헌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성탄절과 연말을 맞이하는 12월, 가족과 친구, 동료 등 나와 가까운 이를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시기이다. 우리의 헌혈 참여는 작은 선택일 수 있지만 간절한 환자에게는 생명을 이어가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헌혈은 몸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생리적 재생 능력 안에서 이루어지는 안전한 생명 나눔이다. 첫 걸음을 떼기 어려울 순 있느나 누군가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건강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일임을 기억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는 혈액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다. 그들은 미래의 나일수도 내 가족일수도 있다. 올해 연말, 헌혈의 집이나 헌혈버스의 문을 두드리는 우리의 작은 선택이 누군가의 내일을 지키는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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