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 규정
단정 어려우면 보험사서 지급해야
단정 어려우면 보험사서 지급해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 |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자살은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로 규정됩니다. 그러나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다면, 이는 보험사가 담보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상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되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추락의 위험이 있는 위험한 장소에서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경우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 실족에 의한 우연한 사고인지를 두고 보험사와 유족 간의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보험사가 면책을 주장하려면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이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런 증명의 정도에 대해서 법원 역시 엇갈린 판결을 내놓기도 합니다.
같은 사건에서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사례를 소개합니다.
1심서 자살 추정 사례, 2심서 뒤집히기도
소방 등 행정당국이 강원 강릉시 강릉항 방파제 출입을 차단하는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
# 건설업을 운영하던 망인 A씨는 2023년 봄 어느날 이른 새벽 방파제에서 실종된 후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망인이 생전에 체결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사 2곳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망인이 업무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으로 고의로 투신해 자살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망인이 실종 전날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나 없으면 잘 살 수 있느냐?”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한 점, 지갑을 두고 집을 나선 점, 바닷가에 도착 후 차량키와 휴대폰을 차에 둔 채 방파제로 향한 점 등을 근거로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합뉴스] |
그러나 2심 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2심 법원은 망인이 운영 중인 사업이 크게 부진하지 않았고, 경제적 어려움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으며, 가족 사이에 특별한 불화도 없었던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또, 단순한 업무스트레스 만으로는 A씨에게 자살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와 함께 망인이 평소에도 종종 방파제를 찾아 해돋이를 보러 갔었고 방파제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점 등을 살펴보면, 망인이 실족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법원은 A씨의 사망을 사고사로 인정한 것입니다. 유족들은 보험사가 상고를 포기해 사망보험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고액 사망보험금 지급 거절 종종 있어”
이 사건과 관련해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자살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입증을 해야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사망보험금이 고액이고 유족들이 실제 소송까지 제기하기 쉽지 않다는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습니다.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업무 스트레스나 경제적 어려움 같은 자살 동기나 평소와 다른 행동만으로는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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