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이를 일상과 거래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이를 악용한 범죄 역시 함께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일평균 사기 건수는 안전 결제 도입 전인 2024년 7월 대비 95% 감소했다.
2025년 7월 거래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월 구매자 수는 126%, 판매자 수는 125% 각각 늘었다. 거래 속도를 나타내는 14일 이내 판매 완료율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등 안전 결제 도입 이후 거래 건수는 대폭 증가했다.
다만 안전결제에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번개장터의 경우 안전결제 수수료는 6% 수준이다. 중고나라는 구매자 3.5%, 판매자 1%의 안전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고, 당근마켓은 당근페이 안심결제 이용 시 구매자에게 3.3%를 부과한다. 헬로마켓은 건당 490원, 일반결제에 1.5~3%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안전결제 대신 개인 간 거래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물건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모지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자가 아이디나 닉네임, 날짜·시간 등을 적은 메모지를 상품과 함께 촬영해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마저도 더 이상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품 사진에 AI를 활용해 메모지를 합성하는 방식의 사기가 등장했다. 기존 사진 속 메모지에 다른 판매자의 닉네임을 자연스럽게 덧붙이거나 아예 새로운 메모지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까지 조작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 사진 속에 ‘기자’라고 적힌 메모지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자 실제 촬영한 것처럼 정교한 이미지가 생성됐다. 육안으로는 조작 여부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다만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일부 이미지는 AI를 통해 일정 부분 판별이 가능하다. 제미나이로 생성·편집된 이미지에는 이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인 ‘SynthID’가 삽입된다. 제미나이 고객센터에 따르면 SynthID 워터마크가 감지될 경우 이미지의 전체 또는 일부가 구글 AI 모델로 생성되거나 편집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워터마크가 감지되지 않더라도 다른 AI 시스템으로 생성됐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처럼 ‘나노바나나’, ‘제미나이’ 등을 활용한 메모지 인증 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I 합성 사진을 판독하는 사이트나 사기 예방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구도의 사진에 메모지만 바뀐 채 전달되는 경우 AI 합성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안심결제를 거부하고 계좌이체나 택배 거래만 고집하는 판매자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들 역시 “수수료 부담이 있더라도 안전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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