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애]
요즘 말로 칼퇴가 마려운 연말입니다. 송년회도 인사이동도 야근도 각종 모임도 다 좋지만, 저 오늘은(?) 일단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휴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깃든 음악, 요제프 하이든의 곡을 먼저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교향곡 45번, '고별'>입니다.
'고별'이라는 별명 때문에 연인과의 이별을 녹인 가슴 절절한 노래인가 싶지만, 그게 아니라 직장 상사와의 이별을 말하는 겁니다. 정확히 '저 원래 휴가잖아요. 휴가를 좀 주세요~'라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고별'이란 별명을 만들었어요.
요즘 말로 칼퇴가 마려운 연말입니다. 송년회도 인사이동도 야근도 각종 모임도 다 좋지만, 저 오늘은(?) 일단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휴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깃든 음악, 요제프 하이든의 곡을 먼저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교향곡 45번, '고별'>입니다.
'고별'이라는 별명 때문에 연인과의 이별을 녹인 가슴 절절한 노래인가 싶지만, 그게 아니라 직장 상사와의 이별을 말하는 겁니다. 정확히 '저 원래 휴가잖아요. 휴가를 좀 주세요~'라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고별'이란 별명을 만들었어요.
가사도 없는 교향곡이 어떻게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을까요?
하이든 : <교향곡 45번, Hob.I:45 '고별'>, 4악장
링크 드린 음원은 <교향곡 45번, '고별'>의 마지막 4악장입니다. 이 4악장을 연주할 때 아주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일단은 하이든의 여느 작품들처럼 4악장은 빠르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2분 57초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숨을 쉰다고 해야 할까요, 잠깐의 침묵 뒤 선율이 아주 천천히 서정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러고는 무대에서 연주하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두 명씩, 그 자리에서 촛불을 끄고 짐을 싸고 나가버립니다. 연주 중에(!) 말이죠. 곡이 끝날 때쯤엔 단 한두 명의 바이올린만 남습니다. 그러니까 음량도 점차 줄어들어 아주아주 작은 소리로 맺는 셈이죠.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밖으로 다 나가버렸으니까요.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 소속 궁정악장일 때 이 <교향곡 45번, '고별'>을 만듭니다. 하이든의 직장은 아주 안정적이었어요. 하이든이 일평생 만든 대부분의 작품이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위한 작품일 정도로 말이에요.
다만 상사였던 대공 니콜라우스는 여름에 오스트리아 빈 근처의 시골 소재 에스테르하지 별장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는데, 하이든이 악장으로 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모두 따라가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곡이 만들어진 해인 1772년은 니콜라우스가 유독 별장 생활을 너무 행복하게 느낀 때라, 단원들의 휴가는 자꾸 늦어지고 있었어요. 단원들은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외딴 시골에서 생활해야 했고요.
이에 단원들의 원성이 높아졌고, 하이든은 대표로 그 목소리를 대공에게 전하기로 합니다. 연주자가 한두 명씩 사라지는 음악으로 메시지를 완곡하게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대공의 성격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하이든은 마침내 이 방법으로 휴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바흐 : 《커피 칸타타, BWV 211》, 4번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
그런데 쉴 때는 쉬고 싶은 직장인 하이든과 달리, 틈만 나면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가장이 있었는데요. 바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입니다. 그는 무려 20명이나 되는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어요. 옛날에는 가정의 규모가 대체로 컸지만, 바흐가 살던 시대에도 바흐의 가족 구성은 엄청난 대가족에 속했습니다.
1734년 그는 라이프치히에 살면서 토마스 교회 칸토르를 맡고 있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공무원과 비슷한 직장으로 교회 음악을 책임지는 사람이었어요. 동시에 바흐는 그 도시가 운영하는 오케스트라 '콜레기움 무지쿰'을 이끌고 있었으며, 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거리 연주, 행사 음악, 레스토랑 공연 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하며 부수입을 얻었습니다.
독일 최초의 콘서트형 카페이자 핫플레이스 '짐머만 커피하우스'에서 바흐가 광고 음악 《커피 칸타타》를 만든 것도 이때입니다. 그곳에서 초연된 《커피 칸타타》는 작은 오페라처럼 배우가 연기하며 노래하는 작품이에요.
대본은 '피칸더'라는 필명을 쓰는 시인이 썼습니다. 커피에 중독된 '딸'과 커피를 줄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 담긴 내용이에요.
링크 드린 음원은 《커피 칸타타》 중에서도 딸의 목소리입니다. 보통의 아리아가 그렇듯 이 아리아의 제목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도 노래의 첫 구절과 동일합니다.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
천 번의 키스보다 더 사랑스럽고
무스카텔 와인 보다 더 부드러워요.
커피, 커피를 꼭 마셔야 해요.
누가 나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면
아, 제발 커피를 따라주세요!
한편 《커피 칸타타》는 원래 제목이 따로 있습니다. 전체 칸타타의 첫 구절이기도 한데요.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라는 제목이 해당합니다. 사실 이 작품에는 아버지와 딸 말고 등장인물이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해설자'입니다. 해설자의 대사가 제목이 된 거예요. 음원을 찾으실 때 헷갈리지 마시라고 참고삼아 알려드립니다.
2025년을 마무리해가는 연말, 여러분의 현재 모습은 하이든에 가깝나요, 바흐에 가깝나요? 저는 현실적으로 바흐처럼 조금이라도 일거리를 만들어 돈을 더 벌고 싶지만, 마음은 하이든처럼 쉬고 싶어요. 게다가 이 두 작곡가가 처한 상황과 달리 지금은 연말이잖아요. 밖이 빛으로 기쁨으로 반짝반짝합니다. 따뜻한 커피도 저를 기다리고 있고요.
이렇게 동시에 생기는 두 가지 마음을 잘 달래면서 이번 칼럼도 마무리해 봅니다. 하이든과 바흐의 응원에 힘입어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 · 유신애 - 클래식 음악 작가
저서: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
피아노 전공 후 클래식 전문 기자, KBS 클래식 프로그램 음악 코디네이터 활동. 현재는 강연과 북토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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