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용의가 있다면서도 전쟁 종식 조건에 대한 양보를 거부하며 종전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돌렸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할 준비가 됐다"면서 "우리가 종전을 거부하고 있단 말은 사실과 다르며 아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종전은 전적으로 서방에, 말하자면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에게 달렸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아직 영토 문제를 논의할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끝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우크라이나 4개 주(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양도 등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안전 보장이 제공된다면 나토 가입 의향을 포기할 수 있지만 영토 양도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쥐었다며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군이 전선 전체에 걸쳐 진격하고 있다"면서 "어떤 곳에선 훨씬 빠르게 어떤 곳에서는 좀 느리게 진격하고 있지만 적은 모든 방향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정통성 없는 지도자"라면서 만약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한 지역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으로 다시 편입시키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길 원하는 것으로 본다.
푸틴 대통령은 또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도둑질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며 "대낮의 강도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을 논의했으나 회원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900억유로(약 156조원) 상당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이번 주말 미국과 러시아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다시 논의한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은 러시아 협상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를 만나 최근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논의한 종전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미국은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와 별도로 만날 예정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회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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