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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유성열]노동조합처럼 변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동아일보 유성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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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유성열]노동조합처럼 변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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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치부 차장

유성열 정치부 차장

국민의힘 당원이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0일 기준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96만3231명이라고 한다. 12월을 지나면 100만 명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00만 당원’은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이다. 지지층 결집 행보에도 당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르며 각종 비판에 시달려온 장동혁 지도부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함께한 결과”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내년 6월 지방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당심(黨心) 반영 비중을 5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 이유를 “당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게 지방선거의 최대 과제”라고 설명하는 기획단에 장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당성(黨性·당에 대한 충성도)을 강조해 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힘을 실어줬다. 중도층 공략과 외연 확장이 어려워질 거란 반발이 확산하자 기획단은 ‘국민선거인단’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원 못지않은 강성 지지층이 선거인단에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당심 확대안과 별 차이가 없을 거란 지적이 많다.

사실 ‘당원 정당’의 원조는 더불어민주당이다. 2003년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원 중심의 풀뿌리 정당 구조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현재 민주당은 1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이 164만7000명에 이른다. 정청래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한 ‘당원 1인 1표제’는 무산됐지만, 내년 지방선거 단체장 예비경선에 당원 투표를 100% 반영하는 예비경선제를 도입하는 등 당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정당이 당원을 챙기고 당심을 반영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당연한 조치일 수 있지만, 정당의 개념을 규정한 정당법을 읽어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정당법 2조는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 ‘국민의 자발적 조직’ 등의 표현으로 정당을 규정하고 있다. 당원이란 단어는 2조에 적시돼 있지 않다. 정당은 단순히 당원의 이익을 넘어 국민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 이익보다 당원 이익을 더 중시하는 길을 걷고 있다.

구성원 이익에만 골몰하다 국민의 외면을 받는 사례는 좁게는 직능단체부터 넓게는 노동조합까지 흔히 살펴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초기업 산별노조와 한국의 양대 노총은 노동권과 복지 확대에 크게 기여했지만, 대기업·정규직 이익만 대변하는 ‘조합원 이기주의’에 빠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동운동 교과서는 노동자와 노조가 사회 변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현실의 노동운동은 노조원 이익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다 국민의 외면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당원 정당으로의 변모를 ‘당원 민주주의’로 포장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조합원 이기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조처럼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원 민주주의가 ‘당원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양당이 숙고했으면 한다.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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