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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7천억 달러의 유혹…트럼프가 노리는 '남미의 로또' [한방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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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7천억 달러의 유혹…트럼프가 노리는 '남미의 로또' [한방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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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의 중장기 안보 보장되면 즉각 종전"
카리브해 한가운데 유조선 한 척이 멈춰 섰습니다.

미국의 압류 명령 때문입니다.

배 안에는 중국과 쿠바로 향하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가득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전격 압류했습니다.

표면적인 명분은 과거 이란산 석유 운송에 '가담했다는 제재 위반' 혐의.

하지만 이번 압류가 겨냥한 '진짜 표적'은 따로 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현금 흐름, 그리고 그 돈이 흘러가는 종착지, 중국입니다.

베네수엘라를 압박해온 트럼프 정부는 공식적으로 마약 밀매 근절과 독재 정권 축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조선 압류 사건은 화려한 수사 뒤에 감춰진 진짜 목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 확보입니다.

1조 7천억 달러의 유혹…그리고 트럼프의 '전리품' 철학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는 '거래'와 '보상'입니다.

과거 1기 집권 시절부터 미군의 해외 개입에 대한 대가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정권을 무너뜨리고 "석유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한 트럼프의 신조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 이제 베네수엘라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17%인 3천억 배럴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석유 최대 수출국 미국의 4배에 달하는 실로 막대한 규모입니다.

트럼프에게 있어 붕괴 직전에 놓인 마두로 정권의 상황은 과거 놓쳐버린 비즈니스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기 집권 당시 마두로 축출을 지지했던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무너뜨리고 석유를 차지하지 못한 부분을 아쉬워했습니다.

이러한 트럼프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한 베네수엘라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입니다.

마차도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미국 기업인과 정치인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 베네수엘라 정치인 : 우리는 베네수엘라를 외국인 투자에 개방할 것입니다. 저는 1조 7천억 달러(약 2,300조 원) 규모의 기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단순히 석유와 가스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상류(탐사·생산), 중류(수송·저장), 하류(정제·판매)에 이르는 모든 에너지 개발 과정을 글로벌 기업들에 개방할 것입니다. 또한, 자원 광물 개발과 전력, 에너지 인프라 분야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국영으로 운영되는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인프라를 민영화, 즉 미국 기업에 개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이는 트럼프 진영이 원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명분은 마약…본질은 '차이나 디커플링'
미국 정부는 마두로 정권 압박의 명분으로 마약 밀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오늘 제가 서명할 이 역사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우리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공식 지정합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행동 또는 그에 준하는 어떤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인 명분을 만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브라이언 피누케인 / 국제위기그룹 선임고문 : 이번 조치는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지 않지만, 정치적인 명분으로 쓰일 수는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다면,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삼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부시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를 명분 삼았던 것과 유사합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마약 유통의 핵심 거점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나 페루와 달리 주요 마약 생산국이 아닙니다.

마약 유통 경로 역시 미국보다는 유럽으로 향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마이클 쉬프터 / 미국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 선임연구원 겸 조지타운대 겸임교수 : 펜타닐은 분명 멕시코에서 들어옵니다. 베네수엘라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베네수엘라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미국 정부의 실제 목표는 마두로 정권 교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을 압류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80%는 중국으로 향합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투자하고 운영 중인 최대 외국 기업은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입니다.

베네수엘라 역시 중국의 석유 수출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외화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견디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점에서 이번 유조선 압류를 통해 마두로 정권의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하려는 이중 전략입니다.

이는 베네수엘라를 경제적으로 질식시켜 중국의 영향력을 걷어내고, 그 빈자리를 미국 기업으로 채우겠다는 전략입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자원 패권 확보'와 '서반구 세력권 재편'이라는 두 가지 핵심 국가안보 목표가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곧 지상작전을 벌일 겁니다. 솔직히 그게 훨씬 수월합니다. 이들은 사실상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입니다.]

'대타협'과 '강제 축출' 사이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베네수엘라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외교 해결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레넬과 같은 인물은 마두로와의 '대타협'을 시도했습니다.

핵심은 마두로가 석유 산업을 개방하면 미국이 정권 유지를 보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기업에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개방하는 대가로 정권 생존을 보장받으려 했던 이 협상은, 자원 확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국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같은 강경파 참모들이 마두로를 신뢰할 수 없으며, 그를 축출하고 친미 성향의 마차도 정권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트럼프는 CIA 비밀 작전 승인과 무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전문가들과 '워게임' 결과는 정권 교체 이후의 '혼란'을 경고합니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선례가 보여주듯, 무력 개입으로 인한 국가 붕괴와 내전은 서방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진입할 수 없는 환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 베네수엘라 대통령 : 당신들은 또 하나의 아프가니스탄을 원합니까? 또 하나의 베트남, 리비아, 아니면 남미의 가자지구를 원합니까?]

설령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마차도가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뿌리 깊은 '석유 주권' 의식입니다.

1970년대까지 미국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베네수엘라 정부는 산업을 국유화하며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를 설립했습니다.

이 조치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당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의 상징적 성과였습니다.

이후 우고 차베스 정권은 이를 헌법에 명문화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민영화 과정'은 베네수엘라 내에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석유 자원의 통제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미국의 계획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압박은 '마약 퇴치'라는 명분 뒤에 '석유 확보'라는 본심을 숨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자원 확보' 외교 원칙과 이를 뒷받침한 비밀 지시, 야권의 파격적인 개방 약속, 그리고 군사 개입의 역설적 위험과 석유 국유화라는 역사적 자부심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지금 카리브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파워 게임의 본질은 결국 '석유'라는 사실입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손민성(smis93@ytn.co.kr), 김용현(kimyonghyeon@ytn.co.kr)
조명 : 유재원(yujw0804@ytn.co.kr)
참고 기사: 뉴욕타임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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