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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초코파이 사건' 왜 기소했나"... 檢 향해 공소권 절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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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초코파이 사건' 왜 기소했나"... 檢 향해 공소권 절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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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서 기습 질문
"법무부, 국민 신임 저버리지 말아야"
"촉법소년 연령 하한 입장 마련" 주문도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검찰을 향해 '1,050원 초코파이 절도 사건'을 언급하면서 "왜 기소했느냐"고 질문했다. 형사처벌의 실효가 없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공소권 절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대검찰청 및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국가의 공인된 폭력을 제도적으로 행사하는 곳"이라며 "최대한 절차적으로 정당해야 하고 결과 역시 정당해야 한다. 국민들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을 향해 "초코파이 천 원짜리(사건)는 왜 기소했느냐"고 물었다. 앞서 한 물류회사 하청업체 보안직원이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 상당의 간식을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지목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1심에서 5만 원 벌금형이 내려졌다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현재는 종결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국내에선) 죄가 되면 10원짜리 피해라도 이론적으로는 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옷핀을 하나 주워갔다고 하더라도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되는 것 아니냐"며 "제도적으로 처벌의 가치가 없는 것은 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물었다.

이에 구 차장은 "(초코파이 사건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도의 공소권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기회가 됐다"며 "경미한 범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국민들이 보기에 이런 것을 기소하면 공소권 남용 또는 오용으로 느낄 수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에 촉법소년(형사책임연령인 14세 미만)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요즘 '나는 촉법소년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영상들이 있더라"며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검토해서 국무회의에서 의논해봤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같은 질문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 보호와 성장이 (성평등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면서 "촉법 연령 하향은 조금 더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약 투약자에 대한 재활 체계, 자본시장 교란범죄 대응체계 등에 대해서도 법무부의 업무 추진 현황을 확인했다. 특히 마약 수사에 있어서는 "독립 관청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검사가 보완 후 기소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약간 기형적으로 보인다"며 "일반 사범 수사하듯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수사·기소 분리 문제 등을 정리해 법무부 안을 내보라"고 지시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교통법규 범칙금을 놓고 경제력에 따른 차등 부과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과 달리 일정한 재력이 되는 사람은 범칙금 5만 원, 10만 원짜리 10장을 받아도 상관이 없어서 (법규를) 위반한다는 것 아니냐"며 "제재 효과가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상황이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