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불거진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에 대해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19일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난 뒤 언론 브리핑에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는 분명히 똑같다"면서 "다만 방법론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와 통일부의 갈등이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 안에는) 실용외교파만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19 gdlee@newspim.com |
조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와 외교부 중 어디에서 대북정책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최근 문제를 제기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에 대해서도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통일부가 미국과의 대북정책 협의를 외교부가 담당하고 있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부 내 주요 안보 분야 부처 간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에 대한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북정책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혼란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5·24 조치를 포함한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를 풀어 교류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를 비롯해 북한의 원산·갈마를 개발해 속초와 연결하고 중국 관광객을 남북으로 유치하는 방안 등도 소개했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보고한 제재완화 추진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선 통일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고, 안보실에서 여러 부처 위원들이 함께 논의해서 정부 입장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장관은 "통일부 업무보고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슴이 뛸 정도로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말해 통일부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등 국제적 레짐과 충돌하는데다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 등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장관은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외교부도 '남북 평화 공존'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현 국제 정세하에서 어떻게 한국의 외교적 자율 공간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 것인가, 종전이 되면 뭘 할 것인가, 중국과 일본 갈등이 있는데 심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해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노동신문의 일반 국민 열람과 허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KTV] |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외교부와 통일부의 갈등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며,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남북 간에 적대가 완화할 수 있도록,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 역할은 역시 통일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통일부의 정책 기조를 지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려는 정 장관의 행보가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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