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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오인 쉬운 부비동염···“누런 콧물 목 뒤로 넘어가면 의심을”[헬시타임]

서울경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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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오인 쉬운 부비동염···“누런 콧물 목 뒤로 넘어가면 의심을”[헬시타임]

서울맑음 / 1.0 °
2022년 진료 환자 400만명 달해
10세 미만 소아·아동 3분의1 차지
코막힘 등 감기 초기증상과 유사
항생제 복용·생리식염수 코 세척
수술로 막힌 부비동 열어주기도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경제(35·가명)씨는 지난달 초 찾아온 코감기로 한 달 넘게 고생 중이다. 평소처럼 '며칠 쉬면 낫겠거니' 생각하고 종합감기약만 복용하며 버틴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맑았던 콧물이 점차 끈적해지면서 누렇게 변하더니, 고개를 숙일 때마다 머리가 쏟아지는 듯한 두통과 안면 통증이 찾아왔다. 밤에는 콧물이 목으로 넘어오는 증상 때문에 기침이 심해져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이비인후과를 찾은 서 씨는 '만성 부비동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오랜 기간 염증을 방치한 탓에 감기의 합병증으로 부비동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의료진으로부터 "염증이 심해 약물 요법만으로 치료가 쉽지 않아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서씨는 스스로 병을 키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겨울철에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해 감기에 쉽게 걸린다. 감기·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늘어나면 부비동염 진단이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도 더 많이 생긴다. 흔히 축농증이라고 불리는 부비동염은 코 주위 얼굴 뼈 속에 있는 빈 공간(부비동)에 세균성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질환이다.



부비동은 본래 숨 쉬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뇌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작은 통로를 통해 코와 연결돼 환기와 분비물 배출이 이뤄지는데,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점막이 붓거나 막히면 분비물이 고여 염증이 발생한다. 감기의 후기에는 바이러스 감염 뒤 이차 세균감염이 겹치면서 급성 부비동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비강이나 부비동 내 종양이 통로를 막아 발생하기도 한다.

부비동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한해동안 급성 및 만성 부비동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원은 393만 6499명이었다. 그 중 10세 미만 연령대가 121만 5861명으로 전체 환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소아·아동에서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부비동의 배출구가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어 코와 부비동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되어 있어 감기에 의한 염증이 퍼지기 쉽기 때문이다.

부비동염의 주요 증상으로는 염증으로 인해 코점막이 붓고 누런색 또는 초록색의 농성 콧물이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코막힘 증상과 함께 안면부 압박과 통증, 두통 등이 있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숨쉬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수면을 방해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발열, 권태감,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은 재발과 만성화 위험이 크다. 김동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감기와 부비동염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부비동염의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경우 눈 주위 봉와직염이나 뇌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진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비동염의 진단은 비강 내시경으로 점막 부종, 물혹이나 고름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상의학적 검사 중 부비동 단순 촬영은 부비동에 대한 종합적 관찰, 발육 정도, 부비동의 연부 조직, 저류액의 유무, 종양의 발육, 침윤 상태 및 골벽 이상의 유무를 관찰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소아의 경우 만성 부비동염 증상과 방사선학적 이상 소견 사이에 연관성이 크지 않다. 전산화단층촬영(CT)은 부비동과 인접한 구조물, 특히 내시경으로 보이지 않는 부위를 평가하는 데 가장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곰팡이성 염증이나 종양이 의심되는 경우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항생제 복용이 기본이며,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점막 부종과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생리식염수 코 세척은 분비물 배출을 돕고 코막힘 완화에 효과적이다. 반면 비점막 수축제는 3~5일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 점막이 더 붓고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2~3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개선되지 않거나 구조적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수술로 막힌 부비동을 열어 환기와 배출을 돕는다. 김 교수는 "소아는 부비동 발달이 미완성된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면서도 "물혹으로 생활이 불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외출 후 손 씻기, 실내외 온도 차 줄이기, 마스크 착용 등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용 보습연고를 사용하면 건조함을 완화할 수 있으며,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수돗물로 세척하면 점막 기능이 약해져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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