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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0년 만 최고금리에도 엔고 미미…“작년 여름 악몽없다” [日 기준금리 인상]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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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0년 만 최고금리에도 엔고 미미…“작년 여름 악몽없다” [日 기준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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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버블경제 붕괴후 금융정책 정상화 탄력
  미일 금리차 줄어드는데 엔·달러 155엔대
‘엔캐리 청산’ 인한 급변 가능성은 낮을듯
  엔화 약세 국면시 원달러 환율은 하방 제약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장기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 정책에 묶여 있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서 벗어나 금융정책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전날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외벽 전광판에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간 환율이 표시된 모습. [로이터]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장기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 정책에 묶여 있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서 벗어나 금융정책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전날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외벽 전광판에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간 환율이 표시된 모습. [로이터]





일본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버블경제 붕괴 이후 금융정책 정상화를 가속화하자 고착화된 엔저구조에도 변화가 일지 관심이 쏠린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 금리가 오르고 미국 금리가 내리는 엇갈린 통화정책에도 달러당 155엔 안팎에서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일 금리 차 축소에도 엔화 강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엔화가 약세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화 역시 달러 대비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엔화 교착 국면이 원·달러 환율의 하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日 금융정책 정상화 탄력…‘역대급 엔저’ 달라질까=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엔화는 뚜렷한 강세 전환에 실패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5엔대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이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일 10년물 국채 금리 차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환율은 오히려 엔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괴리는 명목 금리보다 실질 금리와 구조적 요인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둔화 조짐을 보이는 반면, 미국은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를 반영한 실질 장기금리 격차는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외환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재정 정책도 엔화 약세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국채 발행 확대는 일본 국채 공급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18조3034억엔(약 174조원) 규모 추경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며 2024회계연도와 비교하면 약 31% 늘어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더라도 재정 여건상 금리 인상 속도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엔화 강세 기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재연? “제한적” 전망=엔화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 외환시장의 시선은 엔캐리 트레이드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재연될까 긴장하고 있다.


엔캐리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금리 환경이 변화할 때 자금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특히 일본 금리가 장기간 제로 수준에 머물렀던 만큼, 엔화는 대표적인 조달 통화로 자리 잡아 왔다.

도이체방크는 전 세계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 규모를 최대 20조달러(약 2경9376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 전반의 유동성 변동성을 자극하는 트리거로 작동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국면을 과거의 급격한 엔캐리 청산 사례와는 다르게 보고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예고됐고, 미·일 금리 차 역시 여전히 3%포인트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엔캐리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대신 엔캐리 트레이드는 급격한 청산보다는 점진적인 축소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본 금리가 단계적으로 오를 경우 엔화 차입 비용이 함께 상승해 레버리지 운용 부담이 커지지만, 미·일 금리 차가 여전히 유지되는 만큼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엔캐리 조정이 단기간 충격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리밸런싱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엔화 환율보다 주변 통화와 금융시장에 먼저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엔캐리 자금이 글로벌 시장 전반에 분산돼 있는 만큼, 조정 국면에서는 엔·달러 환율보다 각국 통화와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먼저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5엔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반면, 아시아 통화 전반의 변동성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원화도 이러한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않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를 엔화와 동조성이 높은 통화로 분류하고 있으며,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원화 역시 달러 대비 강세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엔화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일중 등락 폭이 함께 커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엔캐리 조정에 따른 부수적 영향으로 보고 있다. 엔화 움직임이 원화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한국 외환시장의 중기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엔화 흐름이 원화에 영향을 주더라도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美 내리고, 日 올리고, 유럽 동결…엇갈린 통화정책에 달러 약세=주요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2.00%), 기준금리(2.15%), 한계대출금리(2.40%)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에서 안정될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기준금리를 3.50∼3.75%로 인하하면서 유로존과 미국 간 금리 차는 줄어든 상태다. ECB는 새 경제전망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2%로 상향 조정하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화가 ‘위험 구간(danger zone)’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변화가 환율을 즉각적으로 반전시키기보다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 관리 방식에 영향을 주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엔화 강세보다 엔캐리 수익성 변화와 자금 배분 조정이 먼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와 국채 매입 정책에 대해 보다 분명한 신호를 제시하기 전까지 엔·달러 환율이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엔화 교착 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엔캐리 조정과 이에 따른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는 점진적으로 누적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이미 외환시장 전반의 긴장도 확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