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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아기울음 커지는’ 희망을 찾아서

헤럴드경제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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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아기울음 커지는’ 희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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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인구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구소멸을 맞는 국가가 될 것이다.”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SBS D포럼에서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같은 시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세대마다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다. 인구붕괴”라는 글을 올렸다. 올해 2월 한국을 방문한 전설적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30년 뒤 한국은 없을 것”이라며 인구 문제를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한국은 매우 심각한 인구 문제에 직면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중위 전망에 따르면, 2072년까지 한국의 인구는 현재 인구의 70% 수준인 3600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게다가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급속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20% 수준인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50년 이내에 48%로 올라가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인구 문제로 사라지는 국가가 될까. 30년 이상 인구경제학을 연구해온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간 ‘인구에서 인간으로’에서 한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의 단초를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와 담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모르거나 오해하는 내용에 대해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정부의 출산지원금 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지방자치단체(시군구)의 평균 출산지원금과 다음 연도 30세에 결혼한 유배우 여성의 합계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출산지원금 지급은 출산에 양(+)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원인에 대해선 여성 인구, 결혼, 출산 등 각 인구학적 요인과 교육비, 주거비, 일자리 등 경제적 요인, 성평등, 세대 간 격차 등 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라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만혼과 비혼 증가로 기혼여성의 비율이 줄어든 것이 1990년대 초 이후 일관되게 출생아 수 감소 요인이었고, 최근엔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일자리질 하락으로 인한 노동시장 및 교육의 경쟁과열,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인한 집값 상승,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직면하는 가정과 출산의 페널티 등은 저출산을 가속화했다.


책은 또한 지난 20년간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는 한편,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본다. 이어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의 미래를 전망한다. 분만실이 줄고 보육시설과 학교가 없어지는 등 장차 발생할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진단한다.

이러한 미래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선 정치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멀리 내다보는 좋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출산 문제의 표피를 건드리는 정책을 넘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처한 인구학적 상황이 엄중한 것은 맞지만 미래 또한 열려 있다. “아이들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부와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인구 정책을 도모해야 할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새겨 볼 만한 대목이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