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1세대 스타 배우 윤석화가 별세했다. 향년 69세.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9시 54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2023년 10월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악성 뇌종양 투병 사실을 밝혔다. 수술 여파로 앞니가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이 공개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9시 54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2023년 10월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악성 뇌종양 투병 사실을 밝혔다. 수술 여파로 앞니가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이 공개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19일 뇌종양으로 별세한 배우 윤석화. [중앙포토] |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반세기 동안 무대와 대중 예술의 최전방에서 ‘스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1980년대~2000년대 초반 고인은 한국 연극계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윤석화’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다. 1983년 스스로 번역하고 주연한 ‘신의 아그네스’는 최장기 공연, 10만 관객 신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나를 위한 노래’(1989년), ‘프쉬케’(1991년), ‘덕혜옹주’(1995년) 등도 그의 대표작이다. 이들 작품으로 그는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1992년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했던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 도 매진 행진을 벌이며 소극장 신화를 썼다.
고인은 국내 뮤지컬계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1995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의 초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깊은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뮤지컬 '명성황후'의 원형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한국과 아시아 창작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누적 관객 200만명, 1300회가 넘는 공연을 기록했다. 윤석화는 왕비다운 기품, 결연한 기개와 함께 진한 인간미를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구현했고, 후배 배우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지컬계의 ‘1대 명성황후’ 배우로 남았다.
‘넌센스’(2001년), ‘브로드웨이 42번가’(2004년) 같은 인기 뮤지컬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뮤지컬 연출과 번역에도 참여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2004년)를 통해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TV 매체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영화 ‘봄, 눈’ 출연 때는 실감나는 암환자 연기를 위해 직접 삭발을 해 화제를 모았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3’(2021년),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2022년) 등에도 출연했다.
고인은 연기와 연출 이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약해왔다. 1999년 공연예술전문 월간지 ‘객석’을 인수하며 발행인 역할을 했다. 2002년에는 서울 대학로의 대표적인 소극장이던 ‘설치공간 정미소’를 세워 17년간 운영하는 등 공연계에 애정을 쏟았다.
학력 위조 피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데뷔 후 오랜 기간 이화여대에 다니다 연극의 매력에 빠져 자퇴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으나, 2007년 문화예술계 학력위조 문제가 불거지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화여대에 다닌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2008년 조영남과 함께한 월간중앙 인터뷰를 통해 “사건 이후 비로소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은 남편 김석기씨, 1남 1녀가 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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