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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젊은 뇌’ 원한다면, ‘이 운동’이 필수!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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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젊은 뇌’ 원한다면, ‘이 운동’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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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이보다 더 젊은 뇌를 갖고 싶다면, 근력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 북미 영상의학회(RSNA) 연례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는 것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지키는 데도 핵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부 깊숙한 곳에서 위·장·간 등 주요 장기를 둘러싼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뇌가 더 빨리 늙어 보이는 경향도 확인됐다. 피하지방은 뇌 노화와 연관이 없었다. 이는 인지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려면 근력 운동과 체중 감량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운동이 뇌에 좋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라는 신경화학 물질이 많이 증가한다. 이는 신경세포(뉴런)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단백질이다. 나이가 들면 줄어들지만, 운동을 통해 늘릴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도 확인했다. 운동한 쥐의 뇌에서는 운동하지 않은 쥐보다 새로운 뇌세포가 2~3배 더 많이 생성됐고, 인지 능력 검사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사람 역시 운동 후 BDNF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주당 25분 정도의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같은 운동을 하면 노년층의 뇌 용적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에서는 하루 3000보 걷기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수행한 대부분의 연구는 유산소 운동 또는 지구력 운동과 뇌 건강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근력 운동이나 근육량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아울러 내장지방에 관한 탐구도 더 많이 필요하다. 내장지방은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전신 염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뇌에도 영향을 줘 치매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대 방사선·신경과 사이러스 라지(Cyrus Raji) 교수 연구팀은 평균 나이 55세인 건강한 성인 1164명의 신체 조직과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정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총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분석했고, 체지방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으로 구분했다. 또 18세~89세 성인 5500명의 MRI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뇌 나이(brain age)를 추정했다.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뇌는 조기 인지 저하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근육량과 내장지방은 뇌 나이와 강하게 연관돼 있었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라지 교수는 “근육이 많을수록 뇌는 더 젊어 보였고,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뇌는 더 늙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내장지방 대비 근육량의 비율이 높은 사람, 즉 건강에 해로운 내장지방은 많고 보호 역할을 하는 근육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늙은 뇌를 가진 경향이 뚜렷했다. 반대로 내장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제 나이보다 젊은 뇌를 갖고 있었다.


피하지방은 뇌 나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 연구는 근육과 내장지방이 뇌의 인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조직 모두 뇌로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화학 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근육에서 나오는 물질은 신경세포 생성과 연결을 촉진하는 반면,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그 반대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근력 운동은 모든 주요 근육군에 자극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 번에 8~12회를 1~3세트 반복 시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라지 교수는 “중년부터 대부분 사람은 근육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근력 운동은 이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의 뇌는 근육이 많을수록, 내장지방은 적을 수록 젊은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 역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내장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다.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위고비(Wegovy) 같은 GLP-1 계열 체중 감량 약물도 내장지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근력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육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라고 라지 교수는 경고했다.

내장지방을 줄이는 지름길은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병행하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내장지방 감소에는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섭취를 중심으로 하고, 생선, 가금류, 달걀, 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단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 지중해식 식단과 함께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과 내장지방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동료 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지 않은 예비 연구다. 또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근육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것이 뇌 노화를 늦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두 요소가 뇌 노화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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