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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로 돈 받는 기술수출 계약… 개발 지연땐 수익 제한 [날개 단 K바이오 기술수출 (중)]

파이낸셜뉴스 강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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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로 돈 받는 기술수출 계약… 개발 지연땐 수익 제한 [날개 단 K바이오 기술수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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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토에 속았다…확장 않겠단 약속 어겨"
외형성장 비해 구조적 리스크 여전
단일 후보물질보다 플랫폼 수출 ↑
기술수출 이후 개발 주도권 넘어가
계약 성과보다 개발역량 강화 필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2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체결 이후 후속 연구개발이 지연되거나 마일스톤 수령이 중단되고, 심지어 기술 반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수출이 '성과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는 구조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호황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이비엘바이오, 아델, 알테오젠, 알지노믹스 등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기술수출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다.

과거 '국내용 기술'로 평가받던 국내 바이오 기술이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전략에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외형의 성장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이 같은 환호 속에서도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수출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기술수출 확대 지속 가능한가?

최근 기술수출의 특징은 단일 신약 후보물질보다 플랫폼 기술 중심의 계약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약물 전달 플랫폼 등은 하나의 기술로 다수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체결한 대규모 기술수출 역시 특정 물질이 아닌 플랫폼 기술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플랫폼 기술수출이 구조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술은 적용 범위가 넓은 대신 실제 임상에서 성공 가능성이 입증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초기 계약 이후 내부 우선순위 변화나 전략 수정에 따라 개발 속도가 느려지거나 중단될 여지가 크다.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 계약의 상당수는 '계약금(upfront)'보다 마일스톤 비중이 큰 구조다. 초기 계약금은 제한적인 반면 임상 진입·임상 성공·허가·상업화 단계별로 성과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는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임상 지연이나 개발 중단 시 추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기도 하다. 임상 단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현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술수출 이후 개발 주도권이 글로벌 제약사로 넘어간다는 점도 구조적 한계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내부 파이프라인과 경쟁하게 되면 개발은 자연스럽게 지연된다. 이는 국내 바이오 산업이 여전히 '연구 중심' 단계에 머물러 있고, 임상 후반부나 상업화 경험이 부족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수출이 반복될수록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은 넓어지지만, 정작 산업 내부에는 개발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는 '외주형 성장'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과의 착시' 반복될 수도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인 계약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임상개발 역량 강화,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 확보, 상업화 경험 축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상 2·3상 자체수행 역량 강화 △기술수출 이후 공동개발 구조 확대 △마일스톤 중심 계약에서 로열티·지분 참여 등 다양한 수익모델 확보 △국내 투자환경의 장기적 안정성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수출을 했느냐'보다 '기술수출 이후 무엇을 했느냐'가 기업의 진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K바이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반환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산업 체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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