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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이커 "여전히 경쟁하고 싶고, 아직 배울 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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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이커 "여전히 경쟁하고 싶고, 아직 배울 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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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기자]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페이커' 이상혁이 최근 열린 롤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쓰리핏을 달성한 데 이어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여전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 있음을 증명했다.

롤드컵 우승 이후에도 성과는 계속됐다. T1 창단 사상 처음으로 케스파컵까지 제패하며 시즌을 마무리했고, 국제 대회와 국내 무대를 가리지 않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에는 4년 재계약 소식도 전해졌다. 2029년까지 T1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게 되며, 한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선택의 배경에도 관심이 모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의 최근 성과를 돌아보며 선수로서 이어온 시간과 그 안에서 형성된 기준을 짚었다. 장기간 최정상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배경과 현재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Q. 4년 장기 재계약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T1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점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4년 동안 선수로서 팬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프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아직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느꼈고,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장기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Q. 롤드컵 우승 이후 대통령의 축전이 화제가 됐다.

최근 들어 다양한 축하를 받을 일이 많아졌는데, 대통령의 축전 역시 팀 모두가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졌고, 팀원들도 기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성과를 낸 뒤 많은 분들이 함께 축하해 주는 상황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그 응원에 걸맞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Q. 2029년이면 30대 중반이 된다. 커리어의 끝은 어느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계약 기간이 4년이다 보니 당분간은 T1에서 계속 뛰게 될 것 같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T1에서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Q. 일론 머스크가 AI 모델과의 대결을 제안했다. 제안을 받았을 때의 첫 반응과 현재 진행 상황, 그리고 AI와의 대결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AI나 기술 기업들이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는 흐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측과의 대결 이야기가 나온 만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체스처럼 이미 AI가 인간을 넘어선 종목도 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아직 그 과정에 있다고 본다.


언젠가는 AI를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도 있겠지만, 내년에는 아직 승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언젠가 AI를 이기는 날이 온다면 그것 자체로도 의미 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Q. 내년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다시 한 번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에 도전할 의지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가 궁금하다.

아시안게임은 선수에게 항상 뜻깊은 무대다. 기회가 주어지고,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도 나뿐 아니라 팀원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고, 그 결과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그 과정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점도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Q. 프로게이머가 됐던 17살의 자신에게 지금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 것 같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당시에도 정답을 찾거나 어떤 방향을 미리 정해두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경험을 그대로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돌아보더라도 그때의 자신에게는 열심히 해보라는 말 정도면 충분했을 것 같다.


Q.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여전히 경쟁이 재미있다고 말했는데, 열정과 승부욕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던 것 같다. 따로 만들어낸 감정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던 성향에 가깝다. 그런 열정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던 점은 스스로에게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기고 싶은 마음과 게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변하지 않았고, 그 마음이 계속해서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Q. '포스트 페이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고 본다면, 어떤 선수들이 떠오르는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지금도 충분히 인기 있고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최근 선수들을 보면 태도나 자세 면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을 보면 내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 계속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한 명을 지목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잘 형성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Q. 13년간 프로 생활을 하며 특히 강한 경쟁심을 느꼈던 라이벌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

최근에는 쵸비 선수를 상대할 때 경쟁의 재미를 많이 느낀다. 처음 맞붙었을 때부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요즘 들어서는 전반적인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올해 특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지켜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런 선수들과의 경쟁이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됐고, 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e스포츠에서는 한 팀에 오래 남는 프랜차이즈 스타 사례가 비교적 드문 편이다. 그 이유를 어떻게 보는지, 또 T1에 오래 몸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T1이라는 팀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 선택한 결과라기보다, 팀 역시 나를 선택해 준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한 팀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본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역사 자체가 길지 않고, 선수 커리어의 지속성도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다. 그런 불안정성 때문에 장기 계약 사례가 적었던 것이지, 앞으로는 한 팀에 오래 남는 선수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다음 시즌 대규모 패치가 예고돼 있다. 매년 반복되는 큰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잦은 패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던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변화가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올해 대회에서는 교전이나 팀 단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특히 강조됐다. 내년에는 개인적인 기량이나 역할 수행이 더 부각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변화 자체가 다시 한 번 게임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오랜 기간 한 종목의 대표 선수로 주목받아 왔다. 언행이나 태도에 대한 책임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떤 점을 의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들어 좋게 봐주는 팬들과 대중이 많아진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큰 문제 없이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점도 그런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계속 관리하고, 선수로서의 성장에도 집중해 나갈 생각이다.


Q. 2013년 KT와의 결승전과 최근 결승전 모두 2대1로 뒤진 상황에서 웃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결승전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2013년 당시의 기억은 솔직히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아마 그때는 단순히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최근 결승전에서는 팀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풀리면서 웃는 장면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게임을 즐기려는 마음이 있었고, 그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Q. AL과의 경기에서 오너 선수가 문도를 선택했을 때,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밀어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어떤 판단과 마음가짐이었는지 궁금하다.

그 상황에서는 숙련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망설이기보다는 그대로 밀어주는 쪽을 택했다.

패배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옳다고 생각한 선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경기는 언제나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패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다.

Q. 2022년 재계약 이후 월드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29년까지 팀과 함께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우승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속 우승을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다. 그런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결과 자체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잘 이어진다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깜짝 재계약 소식을 발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출처=T1 유튜브)Q. 앞으로 4년간 T1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또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남은 기간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개인 기량의 성장이다. 아직 스스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부분을 계속 다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더십과 관련해서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본다. 팀원들과 함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내년에도 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 안팎에서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

Q. 과거 인터뷰에서 프로게이머에게는 노력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타고난 열정과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솔로 랭크 등에서 일정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면 최정상에 오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지 궁금하다.

타고난다는 표현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유년기 시절 어떤 환경을 접했고 무엇에 흥미를 가졌는지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열정을 쌓아온 경험이 중요했고, 그런 과정이 쌓여 지금의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래서 열정이라는 요소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기고 몰입해온 경험이 없다면 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열정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요소가 있다고 본다.

재능 역시 그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이나 감각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최정상까지 오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Q. 월드 챔피언십 이전부터 경기력이 좋지 않아 IG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도 많았는데, 플레이 인을 통과하면서 우승에 대한 확신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이번 월드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인을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가진 적은 없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올라가기는 했지만, 경기력적으로 완벽한 상태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날그날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을 계속 의식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Q. T1은 다전제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 팀이 다전제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 대부분이 다전제를 많이 치러봤고,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있다.

다전제에서 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보다는, 설령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 강했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각자의 기량을 더 잘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운도 어느 정도는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Q. 항상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긴 프로 생활 속에서 정체기나 좌절을 겪은 적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궁금하다.

정체기가 왔을 때는 먼저 상황을 분석하려고 했다.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부터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의도적으로 비우는 과정도 거쳤다.

예를 들어 휴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어떻게 쉬는 게 맞는지부터 다시 고민했다.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휴식 방법이나 컨디션 관리에 대해 배우면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 왔다.

Q. 30대에 접어들었다. 선수 생활 외적으로는 결혼이나 가정에 대한 생각도 들 시기일 것 같은데,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가정을 꾸리는 일 자체는 한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뚜렷한 가치관이나 계획을 세워둔 단계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지금 맡은 역할과 선수 생활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의 일들은 자연스럽게 시기가 왔을 때 생각해 보고 싶다.


Q. 최근 암호화폐 관련 모델 활동도 이어가고 있는데, 실제로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하고 있다면 본인만의 투자 원칙이 있는지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다. 투자에 대해서는 한 번 제대로 배워보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내년에는 관련 공부를 조금씩 해볼 계획은 있다. 감이나 즉흥적인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 더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최근 구마유시 선수가 이적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소개해줄 수 있을까?

올해는 구마유시 선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이었다. 마지막에도 그동안 팀에서 보여준 역할과 기여가 분명히 의미 있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같은 팀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구마유시 선수의 공도 컸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생 많았다는 말로 그 마음을 전했다.

Q. 페이커 선수가 생각하는 '좋은 경기'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다른 생각 없이 게임에만 집중하고, 몰입한 상태로 플레이했다면 좋은 경기라고 본다. 플레이 과정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다.

승패가 반드시 우리 쪽이어야만 좋은 경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기기 위해 조급해지기보다는,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자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Q. T1은 팬덤이 큰 만큼 영상이나 채널 등 다양한 2차 창작이 많은 편이다. 이런 창작물들을 직접 찾아보는 편인지, 혹은 특히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SNS나 커뮤니티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 2차 창작물을 직접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 그런 콘텐츠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은 편이다. 다만 팬분들이 선물처럼 보내주시는 창작물을 볼 때면, 정말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고, 응원의 방식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Q. 이룬 업적이 워낙 많다 보니, 현역 선수들이 기록을 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오히려 페이커 선수만이 자신의 기록을 계속 경신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스스로 쌓아온 기록이 부담이나 무게로 느껴진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내 기록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경우는 없다. 기록 자체보다는 프로 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험에 더 집중하고 있다. 프로로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경험들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고, 현재의 플레이에 어떻게 녹여낼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기록으로 인한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Q. 스포츠를 통해 경쟁에 임하는 태도와 승부에 대한 자세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커 선수 본인은 평소 어떤 지점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압축된 형태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담긴 인사이트가 굉장히 크다.

그 외에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가끔은 내가 왜 열정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정리한다. 그런 과정 자체가 지금의 나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찬 기자)


Q. 시즌 중 외부 일정이 많은 반면,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집중력이 극대화된다는 평가도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역할과 경기력 사이에서 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활동과 경기력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조율과 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지만, 그렇다고 대회 외적인 활동이나 e스포츠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다. 두 가지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중 일정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큰 부담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결과적으로 아쉬운 경기력이 나온 부분은 분명히 있었고, 그 점은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와 외적인 활동 모두에서 더 나은 균형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Q. 선수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시선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콘이 됐다는 평가에는 제 행동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겠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그런 시선을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팬들에게 보답해야 할 이유로 생각하려 한다. 제 성격이 조심스러운 편이어서, 그런 책임을 지는 일이 아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Q. 만약 프로게이머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은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취미가 생기긴 했지만, 하나를 오래 붙잡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만약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략적인 사고나 컴퓨터와 관련된 분야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쪽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돌아보면 프로게이머라는 선택이 제 성향과 가장 잘 맞았던 길이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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