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들이 지난 5월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관광 비자를 갖고 미국 난민 신청 기관에서 일하던 불법 이민자 7명이 체포됐다. 미 정부는 업무 방해 행위라며 반발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내무부는 전날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미국 난민 신청 기관을 급습해 취업 비자 없이 일하던 케냐인 7명을 체포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취업 비자 신청이 거부된 이후 관광 비자로 남아공에 입국해 불법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추방 명령에 따라 자진 출국했으며 5년간 남아공 입국이 금지됐다.
내무부는 이번 급습을 “모든 형태의 불법 이민과 비자 제도 악용을 척결하겠다는 미국에 남아공이 함께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습 작전은 국제법상 체포가 불가능한 외교 부지에서 이뤄지지 않았으며 체포된 미국 관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주남아공 미 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남아공 내 미국 난민 신청은 케냐 기반 난민 지원 센터인 ‘RSC 아프리카’가 담당해 왔다. 이 단체는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기독교세계봉사회와 미국에 이민한 남아공 백인들의 정착을 돕는 단체 ‘아메리카너스’가 운영한다.
미국은 즉각 부당한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토미 피곳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의 난민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남아공 정부에 이번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아공에 있는 ‘아프리카너’가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프리카너는 17세기 남아공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백인 정착민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남아공 백인 농부들이 집단학살을 당했고 남아공 정부가 백인의 토지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이 난민 수용 상한선을 축소와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백인들의 난민 신청은 우대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해 온 양국 관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안보 연구 기관 ISS의 설립자 재키 실리어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체포는 남아공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 악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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