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AI] 엔비디아 CUDA 견제 본격화…메타와 TPU 소프트웨어 공조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메타와 협력해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파이토치(PyTorch)를 구글의 자체 AI 칩인 TPU에서도 원활하게 구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은 내부적으로 ‘토치TPU(TorchTPU)’로 불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파이토치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대신 TPU를 선택할 때 겪는 가장 큰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에 과거보다 더 많은 조직적 자원과 전략적 비중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부 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 공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토치는 메타가 주도적으로 지원하는 오픈소스 AI 프레임워크다. 실리콘밸리의 다수 개발자는 특정 칩에 맞춰 직접 코드를 작성하기보다 파이토치 같은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모델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CUDA를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으로 평가한다.
엔비디아는 수년간 파이토치로 작성된 코드가 자사 GPU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되도록 최적화해 왔다. 반면 구글은 내부 AI 개발에서 자사 프레임워크인 잭스(JAX)와 XLA 컴파일러를 중심으로 기술 스택을 구축해 왔다. 이로 인해 TPU는 외부 개발자에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구글 클라우드 대변인은 프로젝트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TPU와 GPU 모두에 대해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보고 있다”며 “개발자가 어떤 하드웨어를 선택하든 유연성과 확장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TPU는 최근 구글 클라우드 매출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구글은 2022년부터 자체 칩을 외부 고객에게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앤트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에 TPU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클라우드에 국한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센터에 직접 TPU를 판매하는 방식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메타다. 구글은 파이토치 생태계를 주도하는 메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메타가 더 많은 T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AI 추론 비용을 낮추고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프라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초기에는 구글이 운영을 맡는 관리형 서비스 형태로 TPU를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직접 칩을 설치·운영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메타 역시 파이토치 기반 워크로드를 TPU에서 쉽게 구동할 수 있다면 비용 구조와 협상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구글은 이달 AI 인프라 총괄로 아민 바다트(Amin Vahdat)를 임명해 순다르 피차이 CEO 직속 체제로 전환했다. TPU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챗봇과 AI 검색을 구동하는 핵심 자산이자 클라우드 고객 유치를 위한 전략 무기다.
한편, 이번 움직임은 AI 반도체 경쟁의 초점이 하드웨어 성능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가 구축해 온 CUDA 중심 질서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지는 파이토치 호환성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누가 먼저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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