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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통일교 궁전’이 어떻게? 특혜 행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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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통일교 궁전’이 어떻게? 특혜 행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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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이 ‘통일교 궁전’ 건립 과정에 행정 특혜를 준 정황이 확인됐다.

산 중턱에 ‘궁전’... 통일교는 ‘인허가 허들’을 어떻게 뛰어넘었을까
경기도 가평 설악면의 장락산 중턱엔 궁전 모습을 한 건물 세 채가 있다. 모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통일교가 세웠다. ▲위에서부터 한학자 총재의 거주 장소로 알려진 ‘천정궁’ ▲그 아래가 통일교에서 교육 등을 진행하는 시설과 사무 공간이 있는 ‘천승전’ ▲맨 밑은 통일교에서 말하는 지상 천국을 구현한 ‘천원궁’이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의 장락산 중턱엔 궁전 모습을 한 건물 세 채가 있다. 모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통일교가 세웠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의 장락산 중턱엔 궁전 모습을 한 건물 세 채가 있다. 모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통일교가 세웠다.

이 가운데 천원궁은 부지 넓이만 약 5만 6,000㎡, 축구장 8개 규모다.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4층으로 전체 연면적은 8만㎡가 훌쩍 넘는다.


통일교 ‘천원궁’. 부지 넓이만 약 5만 6,000㎡, 축구장 8개 규모다.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4층으로 전체 연면적은 8만㎡가 훌쩍 넘는다.


주변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자연히 품게 되는 의문이 있다. 통일교는 어떻게 여기에 초대형 종교시설을 지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가평군의 ‘인허가 허들’을 뛰어 넘었을까.

실제로 천원궁이 세워진 부지는 원래 종교시설을 지을 수 없는 곳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토지별로 이용 목적, 용도를 정해두고 있다. ‘도시관리계획’이라고 부르는 제도다. 천원궁 부지는 대부분이 2016년을 기준으로 도시관리계획상 ▲‘농림지역’이나 ▲‘보전관리지역’이었다.

당시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림지역엔 ‘농업용 주택 같은 간이 시설’만 지을 수 있었고 ▲보전관리지역에도 ‘4층 이하의 단독 주택’ 등만 가능했다.

그런데 현재 해당 부지엔 농업용 주택이나 4층 이하의 단독 주택이 아닌, 초대형 종교시설 천원궁이 들어서 있다.


가평군, 통일교 궁전 건립 과정에 ‘특혜 행정’ 정황
뉴스타파는 천원궁 건립을 둘러싼 가평군의 허가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봤다.

2016년, 통일교가 가평군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다. 현재 천원궁이 들어서 있는 부지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통일교는 현재 천원궁이 들어서 있는 부지에 박물관을 짓겠다고 했다.

사업계획서에는 박물관 건립이 지역에 가져올 공익이 강조돼 있다. ▲박물관이 들어서면 방문객, 관람객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을 홍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용 창출로 이어질 거라 적었다.



2016년, 통일교가 가평군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출처: 용혜인 의원실)


통일교의 제안을 접수한 가평군은 군의회에 출석해 통일교에서 설명한 그대로 통일교 박물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본 사업은 현대 관광 산업의 중심축이 되는 문화관광단지 구축을 통해 전원휴양벨트지역이라는 지역 특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발로 가평군의 친환경적 발전과 새로운 관광객 수요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김oo / 당시 가평군 도시과장 (2016. )


그리고 박물관을 지을 수 있도록 해당 부지를 ▲‘농림지역’, ‘보전관리지역’에서 ▲‘관광휴양형 구역’으로 새롭게 지정해줬다.

2017년 10월엔 가평군에서 건축 허가가 나왔다. 통일교는 공사를 시작했고 2023년 12월, 가평군으로부터 ‘준공’, 즉 건물의 사용 승인을 얻었다.

이제 약속했던 대로 박물관 문만 열면 됐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박물관은 개장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1년 가량이 지난 2024년 12월, 통일교는 가평군에 ‘건물을 박물관 말고 종교시설 용도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가평 군관리계획 결정 (변경) - 천원궁 특정형 지구단위계획 입안서. 2024년 12월, 통일교는 가평군에 '건물을 박물관 말고 종교시설 용도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출처: 용혜인 의원실)


박물관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홍보, 고용 창출 등을 이끌어내겠다고 해서 산 한가운데 초대형 건물을 짓게 해줬더니, 정작 박물관을 열지 않겠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건 가평군의 대응이다. 애초의 약속을 지키라며 박물관을 열게 강제하는 대신, 통일교가 요청한 대로 건물을 종교 시설로 쓸 수 있도록 해당 부지의 용도를 관광휴양형에서 ‘특정형’으로 바꿔줬다.


가평군은 애초의 약속을 지키라며 박물관을 열게 강제하는 대신, 통일교가 요청한 대로 건물을 종교 시설로 쓸 수 있도록 해당 부지의 용도를 관광휴양형에서 ‘특정형’으로 바꿔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평군은 ‘서면 심의’만을 진행했다. 뉴스타파는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와 접촉했다. 그는 “통일교에 대해 당시 가평군이 취한 조치가 이례적이었다”고 밝혔다.

보통 (지구단위계획 관련) 공동위원회는 서면 심의를 잘 안 하거든. 개최해서 하지.
- - 통일교 관련 제보자


그리고 올해 4월, 통일교는 이곳에서 박물관 개장식이 아닌, 한학자 총재의 입궁식을 거행했다.

여기까지가 가평 장락산 중턱에 초대형 종교 시설 천원궁이 들어서게 된 전말이다.

뉴스타파는 가평군에 통일교를 위해 특혜성 행정을 지원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가평군은 "천원궁 인허가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를 모두 준수했고, 천원궁 종교시설 구역에서도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박물관 건립이라는 애초의 사업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원궁 종교 시설 구역에 있는 전시품은 한학자 총재의 초상화다. 일반인은 현재 천원궁에 들어갈 수도 없다.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