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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낳았는데 ‘강제 이혼’ 황새 부부…그 새들은 왜 헤어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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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낳았는데 ‘강제 이혼’ 황새 부부…그 새들은 왜 헤어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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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8일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황새가 비행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지난 9월18일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황새가 비행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습지’의 ‘꿈’을 깼어요. 인간의 관점에서 인연을 끊은 것이니 미안하죠.”



18일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박사는 황새의 근친교배를 막는 일이 강제 이혼을 시키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습지’의 ‘꿈’이라고 불린 황새들은 수컷 습지(C-80, 2020년생)와 암컷 꿈(E-96, 2022년생)이다. 이 황새들은 올 2월 짝이 돼 충남 예산군 광시면 장전리에 둥지를 틀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주민들은 크게 기뻐하며 황새가 날아든 사실을 황새공원에 알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김수경 박사는 이들의 가락지를 보고 같은 부모 사이에 태어난 남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국가유산청 등과 협의를 거쳐 습지와 꿈이 낳은 알을 가짜 알로 바꿨다. 그는 “황새들은 알이 부화하지 않으니 상심했을 겁니다. 황새는 번식에 실패하면 헤어지니 강제로 이혼을 시킨 셈이죠.”



현재 습지와 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황새공원은 월동기를 지내고 나면 새해 2월께 고향 예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들이 아픔을 잊고 새 짝과 새 둥지를 꾸리기를 기원했다.



황새공원이 근친교배를 막는 것은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개체 수가 부족해 근친교배가 빈번할 경우 유전적 질병 등이 생겨 폐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어수형)은 이날 올해 태어난 어린 황새 78마리를 대상으로 △성감별 △유전자 분석을 해 혈연관계를 분류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유산청이 지원한 이 연구는 근친교배를 예방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질병을 이겨내는 건강한 황새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어린 황새 78마리 가운데 수컷은 35마리, 암컷은 43마리였으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린 황새들의 부모를 99.9% 확인했다. 유전자 검사는 방사한 황새가 야생에서 번식하면서 이력이 불분명한 황새들이 늘어나자 어린 황새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 조부모를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근친 쌍 번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개체군의 낮은 유전 다양성은 질병 저항성과 환경 적응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최근 가락지가 없는 미확인 황새들이 증가해 유전 다양성 관리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새로운 야생 황새 개체를 도입하고 지속해서 어린 황새들의 성별·유전적 특성들을 확인해 유전 다양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던 텃새였으나 1970년대 멸종했다. 국내에서는 1996년 한국교원대가 러시아에서 38마리를 들여와 복원사업이 시작됐으며 현재 400여 마리 이상으로 늘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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