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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경찰청장 파면…헌재 “尹의 위헌ㆍ위법 지시 실행”

중앙일보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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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경찰청장 파면…헌재 “尹의 위헌ㆍ위법 지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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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파면했다. 12ㆍ3 비상계엄 당시 계엄에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12일 탄핵 소추된 지 371일 만이다. 헌정사 첫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이 인용된 것으로, 조 청장은 박근혜ㆍ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 세 번째 파면자가 됐다. 조 청장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헌재 “尹의 위헌·위법 지시 실행…전원일치 파면”



김상환 헌재소장은 이날 조 청장 선고기일을 열어 “피청구인(조 청장)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경찰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실행한 계엄과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 시민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조 청장 소추 사유인 12·3 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 출입 통제를 파면 사유로 인정했다.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군인 출동시각과 장소를 의미하는 ‘2200 국회’ ‘2300 민주당사’ 등 기재가 된 문서를 전달받았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헌재는 “계엄 선포 직후 조 청장은 경찰 300여명을 국회 출입문 중심으로 배치했고 국회 출입을 차단하도록 해 오후 10시48분부터 국회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며 이후 국회 출입을 허용하긴 했으나 “포고령 발령 후 조 청장은 ‘포고령에 따른 국회 출입 전면 통제’를 지시해 2시간8분가량 재차 전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러한 행위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12·3 계엄 당시 선관위 경찰 배치도 파면 사유로 봤다. “조 청장은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으로부터 ‘수사 요원 100여명을 지원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경기남부경찰청에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막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했다.



조지호 “위헌·위법성 몰랐다”…헌재 “책무 방기 인정에 불과”



헌재는 그러면서 조 청장이 변론 과정에서 “계엄 당시에는 위헌·위법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해 대통령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 점을 꾸짖기도 했다. “30년 이상 경찰 주요 보직을 역임한 경찰청장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경찰의 임무와 한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공직자”라면서다.

헌재는 “계엄 선포 당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헌법 77조 1항)에 해당했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고, 대통령 윤석열이 선포 사유로 든 사유들은 정치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계엄 선포 사유가 될 수 없었다”며 “피청구인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경찰 조직 내 최고 책임자로서 고도의 정보접근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각급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책무를 부담하는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헌재는 국회가 “지난해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무장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간에 몸싸움이 발생했으며, 이는 계획적인 과잉진압과 대응으로 폭력을 유도하여 비상계엄 조건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한 소추 사유에 대해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파면 사유로 삼지 않았다.



민주당 13건 탄핵안 마무리…곧 경찰청장 후임 인선



이번 결정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13건의 탄핵소추안 중 마지막 결론이다. 13건 중 윤 전 대통령과 조 청장을 제외한 11건은 모두 기각됐다. 조 청장 사건의 경우 혈액암 투병 등 이유로 소추 후 반년도 더 넘은 지난 7월 1일에야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는 등 다소 지체돼 늦은 결론이 나왔다.

조 청장은 지난 1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 1심도 진행 중이다.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국회법 134조 2항)는 규정에 따라 경찰청은 1년여 수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됐는데, 이날 조 청장이 파면되면서 조만간 후임 인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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