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 개막
해방 후 사회적 변화·노력 조명…이순신 '팔사품도' 병풍 등 주목
해방 후 사회적 변화·노력 조명…이순신 '팔사품도' 병풍 등 주목
달라진 통지표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44년 경성, 즉 지금의 서울 효제공립국민학교 2학년 학생의 통지표. '금촌용옥'(金村用玉)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 시절 일본어 발음과 연계해 '가네무라'로 창씨개명한 사례다.
그러나 1년 뒤 이름은 원래 모습을 찾았다. 어색한 일본식 성(姓)은 사라졌고 원래 성인 '김'(金)만 남았다. 호적부에 적힌 일본식 성 위에는 붉은색 줄이 쭉 그어졌다.
해방 이후 되찾은 이름, 되찾은 기억이다. 1945년 광복의 그날부터 1948년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우리의 말과 문화, 기억을 다시 찾는 과정을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일본식 성을 지운 호적부 |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한 특별전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전시는 해방 공간에서 펼쳐진 3년을 '되찾음'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945년부터 1948년까지 약 3년은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되찾고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약 150점의 자료를 모은 전시는 해방 이후 '다시 우리로' 돌아가려는 여정을 짚는다.
조선어학회가 펴낸 최초의 우리말 사전 '조선말큰사전' |
광복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우리 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말모이'의 원고, 1947년 한글날에 출간된 '조선말큰사전' 등이 소개된다.
조선어학회가 펴낸 '조선말큰사전'의 경우, 과거 일제의 탄압으로 잃어버렸던 원고를 광복 직후 서울역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발견한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광복 후 처음으로 펴낸 국어 교과서, 훈민정음 반포 500돌을 기념해 제작된 해례본 영인본(影印本·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물) 등도 선보인다.
일상의 작은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요 전시품 |
한수 관장은 "해방 이후에는 닭의 울음소리도 달라진다"며 "기존에는 일본어로 '고게고꼬'라고 표현했지만, 마음 놓고 '꼬끼오'라고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약 80년 전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도 비중 있게 다룬다.
대표적인 게 교과서의 변화. 조선총독부가 1942년에 발행한 초등 교육용 지리 교과서는 한반도의 산맥이 일본의 산맥 체계 안에 포함된 것처럼 표현돼 있다.
동해 역시 '일본해'(日本海)라고 표기돼 있다.
상해판 '독립신문' 개천절 특집호 |
박물관 관계자는 "새로 편찬한 교과서는 우리 역사와 영토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했다"며 "식민 지배로 단절된 과거를 잇고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재위 1863∼1907)이 황제로 즉위하고 문서에 사용하려고 1897년에 만든 국새 10점 중 하나인 보물 '국새 칙명지보'(國璽 勅命之寶)도 만날 수 있다.
1910년 강제 병합 후 일제에 의해 약탈당한 이 국새는 광복 1주년을 맞은 1946년 8월 15일 미군정을 통해 고국 품으로 돌아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국새 칙명지보 |
그 시절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움직임도 주목할 부분이다.
1946년 4월 서울 덕수궁 미술관은 충무공 탄신 401주년을 맞아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유물을 일제히 공개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서슬 퍼런 압박에 내놓을 수 없었던 유물이다.
전시에서는 충무공의 공로를 기리며 명나라에서 선물한 8개 물품을 표현한 그림인 '팔사품도' 병풍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 측은 "1946년 전시 이후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AI로 만든 영상 |
전남 해남 주민들이 명량대첩비를 되찾은 과정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명량대첩비는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돼 경복궁 근정전 뒤뜰에 방치됐다가 다시 돌아온 역사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 탁본 등으로 보여준다.
'팔사품도' 병풍 |
박물관 관계자는 "격동의 해방 공간 속에서 '다시 우리로' 돌아가려는 염원과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그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볼 수 있다.
한편, 박물관에서는 우리 현대사의 밤 풍경을 조명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3층 주제관에서 선보인 전시는 조선시대 야금(夜禁·인경을 친 뒤에 통행을 금지하던 일), 광복 이후 미군정에 의해 시작된 야간통행 금지 제도화 해제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포스터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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