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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업, 치안 변수로…경찰 "관련 집회·시위 증가 우려"

머니투데이 김미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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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업, 치안 변수로…경찰 "관련 집회·시위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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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고용 충격이 산업 현장을 넘어 치안 변수로 부상한다. 경찰은 기술 발전에 대한 저항이 사회 갈등의 형태로 분출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같은 흐름이 'AI 시대 러다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계 의견도 있다.

18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낸 '2026 치안전망'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AI 자동화에 따른 실직자와 플랫폼 노동자를 중심으로 집회·시위가 늘어날 가능성을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AI 및 산업 로봇의 발달에 기인한 실직자의 시위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예상된다"며 "노란봉투법으로 강화된 노동자의 권리 요구와 연계되어 더 큰 사회갈등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AI가 만들어내는 노동시장 변화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 충격이 콜센터·IT개발·전문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경찰은 "우리나라도 은행권의 콜센터를 중심으로 해고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은행 콜센터 직원 1만1955명이 해고됐다고 짚었다. IT 업계 역시 신규 개발자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AI 저항은 러다이트와 유사…기술 봉쇄 불가, 사회적 공론화 필요"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같은 흐름은 전문직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수습기관 등록자는 지난 10월22일 기준 338명(28%)에 불과했다. 일부 회계법인이 AI를 도입하며 수습 수요를 줄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계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회계업계가 아니고서도 경찰은 AI 고용 충격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경찰은 금융권 노조가 9월26일 광화문에서 개최한 '총파업 결의대회'의 배경을 두고 "AI와 사무 자동화 도입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점포 감축 등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11월24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배달의 민족 로드러너 강행 중단과 딜리버리 히어로 국부유출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11월24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배달의 민족 로드러너 강행 중단과 딜리버리 히어로 국부유출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배달플랫폼 업계 노조는 AI 기반 관리 문제를 지적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10월31일과 지난달 24일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민 모회사 딜리버리 히어로가 개발한 AI 기반 자동 배차·정산 시스템 '로드러너'를 두고 기존 시스템보다 통제 강도가 높다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한글과컴퓨터 산하 노조도 AI 투자를 위해 임금 인상이 억제되고 있다는 이유로 7월23일 노조 결성 이후 첫 파업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AI 러다이트'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AI 전환으로 타격을 받는 이들의 분노와 저항은 과거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과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시 증기기관을 되돌릴 수 없었던 것처럼 AI 역시 봉쇄하거나 뒤로 돌릴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기술 발전 속도나 규모를 보면 기존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지적 기능과 전문직 영역까지 위협하는 기술"며 "개별 기업 차원의 고용 문제를 넘어 AI가 노동과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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