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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트럼프 “오바마 분열 조장, 바이든 역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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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트럼프 “오바마 분열 조장, 바이든 역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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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역대 대통령 기념 공간 조성
오바마·바이든 겨냥해선 야박한 평가
본인은 ‘거액 투자 유치’ 등 찬양 일색
미국 백악관에는 ‘웨스트 콜로네이드(줄지어 늘어선 기둥)’로 불리는 공간이 있다.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관저와 ‘웨스트 윙’(대통령 집무실)을 연결하는 통로 및 그 주변 공간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곳에 이른바 ‘대통령 명예의 복도’가 조성됐다. 역대 대통령들 사진과 그 주요 업적이 정리된 기념패를 재임 순서대로 벽에 죽 붙인 것인데,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재임)와 조 바이든(2021∼2025년 재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너무 야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직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직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최근 단장을 마친 대통령 명예의 복도를 공개했다. 트럼프가 평소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 온 오바마의 사진 밑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분열을 조장한 정치인들 중 한 명”이란 비판이 새겨져 있다. 또 흔히 쓰이는 ‘버락 오바마’ 대신 ‘버락 후세인(Hussein) 오바마’라는 전체 이름을 표기했다. 오바마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 임기 동안에도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에 시달렸는데, 굳이 ‘후세인’을 집어넣은 것은 이 출생지 논란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전임자이자 2020년 대선 당시 경쟁 상대였던 바이든의 경우 아예 사진이 없다. 액자에는 바이든의 얼굴 대신 오토펜(자동 서명기)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는 80세를 넘긴 고령의 나이에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바이든이 주요 문서에 자필로 서명하는 대신 오토펜에 의존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오토펜 이미지 아래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란 모욕적 어구가 새겨졌다. “2020년 대선은 트럼프가 이겼는데 바이든이 승리를 훔친 것”이란 거짓 주장도 포함됐다.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오른쪽)와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방송 화면 캡처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오른쪽)와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방송 화면 캡처


2020년 11월 실시된 미 대선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으나 트럼프는 그에 불복했다. “부정 선거요, 선거 사기”라며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듬해인 2021년 1월 6일에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하도록 함으로써 대선 결과 번복을 시도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본인에 대해선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취임 첫 해인 2025년에만 8건의 국제 분쟁을 끝내고, 미국에 수조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AFP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분쟁 8건을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고, 수조 달러 역시 검증이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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