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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인 ‘주 4.5일 근무제’ 시행에 긍정적인 의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주 4.5일제 도입 시기 등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경영자 측과 일부 근로자 등 일각에서는 단축된 근로시간을 두고 ‘경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소득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되레 근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등의 부정적 의견을 드러내며 반대 입장도 있지만 실제 시행해본 결과 긍정적 변화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 주 4.5일제 시범사업에는 10월 말까지 모두 107개 기업(민간 106개, 공공 1개)이 참여했다. 참여 노동자만 3050명에 이른다.
이 제도는 조기 대선을 앞둔 지난 6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형태로 도입됐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도가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범 운용 직전에는 안팎의 우려가 적잖았다. 생산량이 떨어지거나 임금이 감소할 것이란 걱정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의 성과는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참여 기업은 IT, 제조업, 언론사까지 다양했는데 파주의 한 제조기업은 근로자의 건강 개선 효과를 봤고, 성남의 한 IT기업은 이번 사업 참여로 주 3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인재 유치와 조직 안정도 큰 강점이다.
이 사업을 주관한 경기도일자리재단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하면서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성과평가 체계 수립, 작업 환경 개선 등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는 게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 4.5일제 변화가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업무 혁신을 꾀하는 노력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실증 사례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주 4일 근무제 시행 시 번아웃이 감소하고 신체 건강을 포함한 직원 웰빙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주 4일제를 시행한 기업의 약 90%는 이 같은 근무제도를 계속 시행할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팀은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에 위치한 141개 기관에 소속된 2896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 기업의 직원들은 웰빙 전반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이들은 정신적·신체적 웰빙, 직무 만족도, 번아웃 등 네 가지 웰빙 지표 모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기업 측도 주 4일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연구팀은 "시범 기업의 약 90%는 시범 운영 후에도 주4일 근무제를 계속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기업도 이 제도의 결과에 만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최근 게재됐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 더해 여론은 주 4.5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17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11월27일∼12월7일 모바일 앱에 접속한 한국 직장인 1만6920명을 대상으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말에 응답자 78%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고 응답한 직장인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주 4.5일제 찬성 응답자가 반대보다 5배 이상 많은 셈이다.
특히 설문 참가자 중 주 4.5일제를 경험해 본 5398명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생산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묻자 ‘생산성이 증가했다’(52%)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변화가 없었다’는 37%, ‘생산성이 저하됐다’는 응답은 11%였다.
직장인은 일할 때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조직 문화 문제’(23%)와 ‘비효율적 절차’(23%)가 공동 1위에 꼽혔다. ‘노동 시간 부족’(5%)은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즉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란 얘기다. 국내 몇몇 대기업은 주 4일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한편 주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다.
현재 주 4.5일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며 사회적 실험 단계에서 제도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도입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임금 보전과 생산성 입증이다. 일부에서 성공적인 사례가 보고됐으나 업종별 편차가 큰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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