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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의 재난적 상황…한류 낙관할 때 아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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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의 재난적 상황…한류 낙관할 때 아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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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이은규 | 전 MBC 드라마국장·드라마창작자연대 회장



지난 몇년간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몇몇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플랫폼에 실려 크게 흥행하며 화제가 만발했다. 그간 축적된 한국 제작진 역량에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제작비 투여가 가세한 결과로 언론과 시청자들의 기분 좋은 한류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환호와 갈채 뒤엔 그늘이 크고 깊다. 넷플릭스의 주도로 판이 뒤집힌 것이다. 한국 티브이(TV) 채널들의 드라마 편성·제작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 과정은 너무도 전광석화여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넷플릭스는 국내 최상급 작가, 연출, 톱스타를 엄청난 개런티로 독점해서 대작들을 탑재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그 결과 국내 시청자의 절반가량을 구독자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곧바로 국내 티브이 채널들의 시청률이 급락했다. 그리고 광고 수익 악화가 뒤따랐다. 넷플릭스의 광폭 제작비 투여 영향으로 두배 이상 오른 제작비까지 겹쳐 드라마를 편성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방송사들의 드라마 축소, 포기가 이어졌다.



결국 2022년 141편이던 한국 드라마 제작은 올해 84편(예상)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그 숫자가 넷플릭스, 디즈니+ 등 미국 오티티(OTT)사들의 주문제작 총량에 일일극과 공영방송 체면치레용 대하사극을 합쳐 50편 내외까지 추락할 예정이다. 내수용 드라마 제작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제작사 중 절반 가까이 폐업했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경상비 감당에 애를 먹고 있고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다가 드라마 한류의 지속성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넷플릭스 탑재된 한줌 드라마만 잘 나가면 드라마 한류는 건재할까? 정말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몇년 더 진행됐을 때 닥쳐올, 창작자들의 드라마 대거 이탈과 새로운 인재 유입의 단절 상황이다. 그런 조짐은 벌써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원로부터 신인까지 많은 작가들이 폐업하는 제작사로부터 계약금 반환 소송에 몰리고 있고, 연출들은 전직을 생각하거나 중국의 막장 숏폼을 흉내 내는 신생사들의 알바 연출 요청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방송사는 직원, 피디 등 인력을 절반 이하로 줄였고 새로운 피디(PD)는 뽑지 않는다. 심지어 몇십년 동안 경쟁적으로 지망생이 몰리던 방송작가교육원의 드라마반에도 결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에 적극 대처할 거버넌스가 무너진 것이다. 방송사들은 드라마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제작사도, 작가, 피디들도 위기 극복 대책을 논할 대상이 정부밖에 안 남았는데,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만든 문화, 예술, 콘텐츠 관련 위원회 구성을 보면 대책을 논의할 만한 독자적 기구랄 수는 없어 보인다. 재난은 시작되었는데 비상벨도 안 울리고 한 귀퉁이에서는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비극적 모습이 얼핏얼핏 보이는 지금의 형국은 참담하다. 한줌 넷플릭스 드라마만 바라보며 쉽게 낙관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서 실효성 있는 비상대책기구를 만들고 지금의 급변 상황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드라마 한류, 비상벨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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