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시위 진압을 위한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면서 “수사나 민생, 순찰 등에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증원된 집회·시위 대응 인력을 줄여 내년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포함한 수사 인력과 민생·치안에 투입되는 경찰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국립공원 내 불법점유 시설의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 여름까지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행정안전부·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집회 진압에 너무 많은 역량을 소진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기동대의 규모는 얼마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때 추가로 대응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물었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3000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단계적으로 줄여 1000여명 정도가 남아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보고 받기로는 집회 참여 인원이 계속 줄어든다”며 “인력 운용을 잘해야 한다. 범죄가 복잡해지고 있어 수사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립공원 내 불법점유지를 내년 여름까지 정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주대영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게 “국립공원에 불법 점거가 없느냐. 지금까지 용인해온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주 이사장이 “그동안 정비사업을 꾸준히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 세 군데 정도 진행되고 있다. 2028년 정도까지 보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법은 누구한테는 세고 누구한테는 약하고 하면 안 된다”며 “내년 여름까지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재임 당시 시행한 계곡 불법시설 단속·철거 사업은 대표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찰청에 “순위 조작이나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조작도 매우 나쁜 범죄행위에 속한다”며 “한 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튜브, 기사 댓글, 커뮤니티에 조직적 의도를 갖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라며 “포털의 (뉴스) 순위를 조작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크로를 활용하는 건 업무방해다. 포털 회사는 영업상 이유로 일부러 방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행된 산업통상부 업무보고에서 “가짜 일 30% 줄이기 프로젝트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김정관 장관의 보고에 대해 “좋은 생각이다. 다른 부처들도 동시에 진행하게 하라”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동해 심해 유전 탐사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개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수천억을 투입했느냐”며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에게 “여기가 그 유명한 석유공사인가”라고 한 뒤 “생산원가를 추산해 봤느냐”, “사업성이 있느냐” “변수가 많으면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최 부사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 채 말끝을 흐리거나 추가 질문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의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규제 필요성을 밝힌 혐오 표현 현수막에 대해서는 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단속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행정적 틈새를 이용해 온 사회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단속하는 게 맞다. 그 입장을 밝혀줘야 지방정부도 안심하고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는 기술 탈취에 대한 경제제재 기준 상향을 검토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징금이 최대 20억원이라고 하는데 너무 싸다”며 “기술 탈취해서 1000억원을 벌었는데 과징금이 20억원이라면, 나 같으면 막 훔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는 “나라가 망하는 말기적 현상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면서 “가난을 이용해 더 뜯어가는 고리대, 또는 ‘어떻게 잘 되겠지’라며 하는 도박”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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