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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도둑놈” 이학재 또 때린 李대통령, 닷새만에 2라운드

중앙일보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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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도둑놈” 이학재 또 때린 李대통령, 닷새만에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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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타하고, 기관장은 계속해 공개 반박하는 매우 이례적 장면이 17일 또다시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책갈피 외화 반출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닷새 만에 다시 충돌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에서 “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닌데, 왜 그렇게 악용하느냐”며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얘기와 1분 뒤 얘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특정 개인의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풍토 문제”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이 사장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이 사장은 지난 12일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에게 부실 보고 등을 이유로 질타를 받자, 이후 페이스북 메시지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연일 반박 입장을 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은) 처음엔 (외화 밀반출 검사가) 자기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며 “원래 정확하게 얘기하면 관세청이 하는 일이지만, 관세청이 공사와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출은 공사가 검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장이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공항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범죄를 대통령이 가르치셨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것도 댓글에 다 나온다. 뭘 새로 가르치느냐. ‘사랑과 전쟁’(부부 불화를 다룬 드라마 프로그램)이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는 댓글도 있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고 틀려도 괜찮은데, 정치 세계에선 다르다”며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 사장도 물러서지 않고 이 대통령 주장을 반박했다. 이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MOU는 양해각서로 협력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은 없다.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 협조를 하는 것”이라며 “공사는 외화 불법 반출 관련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 MOU를 체결해 관세청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이 사장은 대통령비서실을 겨냥해서도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고를 해 줄 것을 국정 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드린다”고 했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간 공개 충돌은 지난 12일 업무보고를 계기로 촉발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으나 이 사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참말이 기십니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 등 질책성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고 써 논란이 커졌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에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 대통령의 ‘책갈피 달러 전수조사’ 지시에 대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자리”라며 일축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6월에 임명된 이 사장은 내년 6월까지 3년 임기가 보장된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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