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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팩트체크'에 토론회 방불···李 "편가르기 말고 과학적으로"

서울경제 주재현 기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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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팩트체크'에 토론회 방불···李 "편가르기 말고 과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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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산업부 보고
핵연료 재처리 놓고 의견 갈리자
"과학적 토론 통한 정책집행" 강조
지능형 양방향 전력망 전환에
김성환 "한전 투자만으론 역부족
재원 문제일뿐 한전이 운영할 것"


17일 기후환경에너지부 업무보고는 원자력 관련 학술 토론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 대통령은 주요 실무 기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데 이어 원자력 분야와 관련된 ‘팩트체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핵 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 사실이냐, 아니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더라”라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 보고 현장에서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부피가 5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고 답한 반면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처분장 면적은 그리 줄지 않는다”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경수로 원전에서 나온 핵연료만 한정해서 볼지, 중수로 원전에서 발생한 것까지 포괄하는지에 따라 답변이 갈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의제화해서 싸우면 진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과학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기후부는 업무보고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을 위해 햇빛·바람소득마을 조성, 영농형태양광특별법 제정 등을 진행하는 한편 일회용컵 및 플라스틱 빨대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도 거론됐다. 태양광 발전량이 넘치는 낮 시간대에는 전기를 싸게 공급하고, 화력 발전소와 원전이 주력인 밤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방식이다. 계절, 시간별로 전기료를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망 인프라 구축에 국민펀드도 활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혁신과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의 성패가 전력망에 달려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00GW(기가와트) 수준으로 늘려 핵심 발전원으로 활용할 예정인데 송전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을 경우 스페인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이 올 가능성도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화석연료 시대의 송배전망을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는 지능형 양방향 전력망으로 바꿔야 할 때”라면서 “한전이 그동안 송배전망 유지·보수를 위해 대략 매년 5조~7조 원을 투자해 왔는데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은 부채 규모가 205조 원을 넘어서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한전의 재정 조달 수단은 사실상 전력요금 수입과 채권 발행뿐인데 전력요금 수입은 전액 부채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전채는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채권시장을 교란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정부가 송배전망 구축에 민간 재원을 끌어다쓰려는 것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펀드가 송전망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독점해왔던 송전 사업이 민영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운영은 한전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통상부는 내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에 준하는 수준의 대규모 지원금을 지방 이전·투자 기업들에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2월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 권역별 성장 엔진 산업’을 확정하고 이 산업에 규제·인재·재정·금융·혁신 등 성장 5종 세트를 집중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때 한국형 IRA 보조금인 ‘성장 엔진 특별보조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맺은 불공정 협정 문제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한수원이 WEC와 원전 기술 때문에 이상한 협약을 맺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미국 기업은 왜 한국 기업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냐, 특허 유효기간은 끝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WEC의 기술은 특허가 아닌 영업 비밀이라 무기한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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